‘전두환 추징법’ 헌재 심판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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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서 위헌심판 제청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재산 환수 근거가 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땅 546m²(165평)를 압류당한 박모 씨(52)가 “‘공무원범죄 몰수특례법 제9조의 2’는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7일 밝혔다. 박 씨는 2013년 12월 “전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인 줄 모르고 땅을 구입했다”며 서울고법 재판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과 함께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이의신청 사건 재판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2013년 7월 12일 시행된 ‘전두환 추징법’은 공무원이 과거 불법으로 조성한 재산 외에 예금채권이나 부동산 등으로 비자금이 변형되거나 증식된 재산도 환수할 수 있도록 몰수 대상을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또 제3자도 취득 당시 불법재산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취득했다면 검찰이 추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헌법상 이 법에서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등에 반하고 국민의 재산권과 법관의 양형결정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헌재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신청 이유를 밝혔다. 검사의 조사 결과만으로 추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한다는 것이다. 또 검사가 기소 전에 추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가 몰수 대신 추징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제한한다는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박 씨는 2011년 전 전 대통령의 조카 이재홍 씨(59)로부터 한남동 땅을 27억 원에 구입했다. 검찰은 박 씨가 매입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임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해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이 땅을 압류했다. 박 씨는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과 별도로 서울행정법원에 압류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부가 위헌심판을 제청했다고 해서 당장 박 씨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은 지난해 8월 △박 씨가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에게 자금세탁을 하기 쉬운 무기명 채권을 제공한 전력이 있고 △땅을 살 때 명의자가 아닌 재국 씨와 직접 거래한 점 △재국 씨 가족과 친분이 두텁고, 땅의 실소유주와 관리인을 알았다는 점 등이 담긴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전두환 추징법#위헌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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