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동영]‘악마 김상훈’ 사형시켜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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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영 사회부 차장
이동영 사회부 차장
사형시켜야 할 근거는 차고 넘친다. 그중에서도 현장검증 때 피해자 유족을 노려보며 욕설과 함께 내던진 말, “너희 엄마 데려와”. 죽여 달라며 눈물로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튀어나온 이 말에 나는 그가 사람이 아님을 확신했다. 무고한 가장의 목숨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가녀린 소녀를 성폭행하고 끝내 살해한 그다. 인질극을 벌였다든가 그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 범행 며칠 전에도 흉기로 아내를 찔렀다든가 하는 정도는 그 흉악범에겐 미세먼지 한두 개 정도의 추가 범행에 불과할 지경이다.

범죄자 처벌과 인권 보호라는 두 가지 명제를 추구하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그는 무죄로 추정받으며 변호인 바로 옆에 앉을 수 있다. 증인으로 나올 게 확실한 피해자 유족은 정면에는 판사, 그 왼쪽엔 검사, 오른쪽엔 김상훈을 봐야 한다. 김은 변호인이 자신을 위해 피해자 유족에게 추궁하듯 질문을 던질때 옆자리에서 거친 표정으로 유족을 째려볼지 모른다. 피해자인 증인을 판사 맞은편이 아니라 같은 쪽에 앉혀 주거나 단상이라도 깔아줘 가해자보다는 높은 쪽에 앉히려는 배려는 없다.

지금까지 나온 그의 범행으로 보면 사형 선고가 분명해 보인다. 정신줄을 놓은 범행도 아니고 반성이나 피해구제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으니 감형 요소도 없다. 그렇게 사형 선고를 받으면 (중간에 다른 사형 선고자가 없다면) 59번째 사형수가 된다. 교도소에 가면 붉은색 수형번호가 붙을 뿐 다른 수감자와 다를 바 없이 지낼 듯하다.

매일 1시간 이내 운동시간이 보장된다. 원하면 노역도 할 수 있고 다른 재소자와 같은 방을 쓸 수 있다. 일반 사회에서야 일 안 하고 지내면 좋겠지만 교도소에선 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보다 뭔가 일을 하는 게 훨씬 시간이 잘 간다. 밥 먹고 머리 깎고 목욕하는 것도 다른 재소자와 똑같다. 종교 행사에도 참석할 수 있고 외부 종교위원과 상담할 수 있다. ‘혹시 사형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일 것을 걱정한 교정당국은 전문자격증 가진 교도관을 상담책임자로 지정해 김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한다. 가족 등의 면회도 가능하다. 유영철이 그랬듯 돈 내고 음란물까지 교도소에서 받아볼지 모른다. 사형수 김상훈이 교도소 내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고 면회 횟수가 다소 적다는 점 외에는 다른 재소자와 별 차이 없이 지낼 수 있는 셈이다. 사형을 선고받아도 그는 이렇게 생을 이어갈 수 있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이었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본은 12개 조항에 사형을 규정하고 한국은 17개, 중국은 68개에 이른다. 중국은 유해식품 제조 판매나 횡령, 뇌물수수에도 사형을 선고한다. 그리고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가리지 않고 집행한다. 일본은 국민적 공분을 산 흉악범의 사형을 연 1, 2회 집행한다.

한국에서 사형을 집행하라고 주장하면 시대 조류에 뒤떨어진 사람이나 반인권적 인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물론 사형수의 인권은 중요하며 하늘이 내려준 생명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유럽의 선진국이 모두 사형제를 없앴고 사형제를 유지해도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맞다. 1000만분의 1 확률이지만 진범이 따로 있을지 모른다. 그가 개과천선해 사회를 위해 일할 가능성? 물론 있다. 김을 사형시키지 말아야 할 이유다.

사형제를 폐지하든 유지하든 모두 그 나라의 역사적 경험과 전통이 반영된 결과물인 만큼 우리 식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제 우리의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김상훈이란 천칭에 그를 사형시켜야 할 이유와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를 각각 올려놓고 어느 쪽이 더 무게감을 갖는지 말이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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