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 은퇴 아쉽지만, 아버지 생각이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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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UAE전 관전 차범근 前감독 “언제까지나 축구만 할 순 없잖아”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겨우 입을 뗐다. “아쉽지.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차)두리도 늘 축구만 할 수 없잖아.”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62·사진)은 아들 생각에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27일 호주와 아랍에미리트의 준결승전을 보기 위해 호주 뉴캐슬의 뉴캐슬 스타디움을 찾았다. 이번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큰아들 차두리(서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부인 오은미 씨와 함께 온 것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0여 년 동안 경기장을 찾지 않던 오 씨는 26일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에 선발 출전한 차두리의 경기를 지켜봤다.

차 전 감독은 아들의 국가대표 경력이 이번 대회에서 끝난다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본인의 생각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상의를 했지만 본인이 그렇게 결정했다는데 반대를 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빠로서 당연히 아들이 평생 그라운드에서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축구선수로 살 수도 없고 다른 일을 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고 덧붙였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70m 돌파와 함께 두 골을 도우며 한국의 결승 진출을 도왔다. 차두리가 공을 잡을 때면 한국 관중석에서는 큰 함성이 터진다. 팬들은 인터넷에서 국가대표 은퇴 반대 청원 활동까지 하며 차두리를 성원하고 있다. 차 전 감독은 “두리가 잘 알아서 결정할 것이다. 나는 그냥 두리가 마지막 경기를 한다고 하니 구경을 왔을 뿐이다”고 말했다.

31일 결승전을 본 뒤 다음 달 2일 귀국한다는 차 전 감독은 “두리가 잘해서,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고 은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캐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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