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 기자의 여기는 시드니] 차두리의 해피엔딩 “차붐을 넘는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28일 06시 40분


차두리. 스포츠동아DB
차두리. 스포츠동아DB
■ 31일 개최국 호주와 아시안컵 결승 격돌
아버지 보는 앞에서 55년 만의 우승 도전

태극마크 마지막 무대서 최고의 활약
차붐도 아시안컵 정상 밟아본 적 없어
결승전 아버지 응원 속 유종의 미 다짐

‘유종지미(有終之美)’라는 말이 있다.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 마친다는 의미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9∼31일·호주)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차두리(35·FC서울)가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차두리는 26일 호주 시드니 올림픽파크 내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진 이라크와의 대회 4강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는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처럼 어시스트 등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몸을 던져 팀의 실점을 막아내며 제 역할을 다했다. 후반 초반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 무리하게 전진해 골문이 텅 빈 상황에서 정확한 태클로 이라크의 공격을 막았다. 차두리의 커버플레이 덕분에 김진현은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후반 12분에는 이라크가 좌우로 흔들다 문전으로 크로스한 볼이 차두리의 키를 넘었다. 이 볼을 잡은 두르감 이스마엘이 강력한 슛을 했다. 차두리는 이 슛을 몸으로 막아 터치아웃시켰다. 한국이 이라크전을 실점 없이 마칠 수 있었던 데는 차두리의 공이 컸다.

차두리가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장면을 경기장 한쪽에서 가슴 졸이며 지켜본 이가 있었다. 아버지인 차범근(62) 전 SBS 해설위원이다. 선수 시절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해본 경험이 없는 차 전 위원은 자신도 밟아보지 못했던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준결승을 앞두고 호주에 당도했다. 한국이 결승에도 진출한 만큼 아들이 마지막 A매치에서 우승 헹가래를 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게 됐다. 차 전 위원은 큰 아들에게 늘 미안함이 앞섰다. 위대한 축구선수의 아들이 같은 종목의 선수로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차두리가 뛰는 경기를 해설할 때면 칭찬보다 충고가 먼저였다.

차 전 위원은 지난해 12월 아들에 대한 속내를 내비친 적이 있다. 차두리가 지난해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클래식(1부리그) 베스트11에 뽑히자 “대한민국에서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나 축구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드디어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 전 위원은 그 후 “(차)두리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상 타는 모습을 보니 대견했고 뿌듯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차두리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뛸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아들이 유종의 미를 거둬 31일 늦은 시간 아시안컵 우승 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아버지는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 @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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