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외국인선수 한시즌 계약…감독들 키울 맛이 나겠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28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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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뜨내기처럼 소속감도 없어질 것
각팀선 선택선수 트라이아웃 참가 희망
KOVO는 비용 부담 참가인원 제한 고려
삼성화재 이선규 징계사태 모두가 패자

4월29일부터 5월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미국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V리그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열린다. 다음 시즌 여자부의 판도를 결정할 중요한 이벤트다. 이를 앞두고 한국배구연맹(KOVO)과 여자부 6개 구단 사무국장들이 여러 차례 모여 머리를 맞대고 트라이아웃과 관련한 기본방안을 확정했다. 2월로 예정된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받기 전에 현장 감독들의 의견을 듣는 기술위원회가 27일 열렸다.

●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기본 골격은 무엇?

6개구단의 실무위원회에서 마련한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의 기본 골격은 이렇다. ▲팀당 선택 인원은 1명 ▲트라이아웃 대상은 전미대학체육협회(NCAA)에 등록된 4학년 졸업예정자 또는 졸업한지 3년 미만의 선수 ▲졸업생은 다른 리그 출전경험이 있어도 무방 ▲선수의 국적은 관계없음 ▲외국인선수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간은 8월1일부터 다음해 3월 말까지 ▲선수의 계약보유 기간은 한 시즌 ▲몸값은 1그룹 15만 달러, 2그룹 12만 달러 ▲선수선발은 지난 시즌 성적 기준. 하위 3개 팀끼리 먼저 확률추첨으로 순위 결정, 상위 3개 팀도 같은 방식으로 선발 ▲시즌 도중 선수교체 기회는 1번 ▲대체 외국인선수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만 가능 ▲정확한 메디컬체크를 위해 국내 전문의가 현지동행 ▲트라이아웃 의무참가 선수는 KOVO가 각 구단에 사전에 나눠준 40여명의 후보 가운데 각 팀별로 15명씩 선정한 자료를 기준으로 최종 인원 확정 ▲선수들의 정확한 기량파악을 위해 각 팀의 세터 혹은 KOVO가 지정한 세터 2∼3명이 트라이아웃에 참가 ▲경기 진행을 위해 센터와 리베로는 현지에서 조달 등이다.

● 가장 관심이 큰 조항과 문제의 조항은 무엇?

기술위원회에서 각 구단과 감독들의 관심이 컸고 많은 의견이 나온 부분은 의무참가 선수와 동행 세터였다. 각 팀은 가능한 자신들이 선택한 선수 모두가 트라이아웃 의무참가에 들어가기를 원했다. 또 자기 팀의 세터가 트라이아웃에 참여해 정확한 기량을 파악할 기회를 더 가지고 싶어 했다. KOVO는 비용의 문제로 의무참가 인원과 세터 인원에 제한을 두려고 한다.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한 시즌으로 정한 계약보유 기간이다. 아무리 선수를 잘 육성해놓더라도 그 시즌이 끝나면 보유권을 다른 팀에 넘겨줘야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실무위원회는 빼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 한 두 명에 따라 특정 팀이 오래 우승하는 것을 막고 선수에게 뒷돈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조항을 정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많다. 남자부의 루니, 안젤코, 가빈, 레오 사례처럼 무명의 선수를 스타로 만들어 놓은 팀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또 선수가 뜨내기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소속감이 없어지고 팬의 충성심도 떨어진다. 선수를 발굴하고 숨겨진 재능을 키워내는 감독의 역량이 발휘될 기회도 의욕도 사라진다.

시즌 도중 교체선수가 나올 경우 사실상 다른 선수를 데려올 방법도 없다. 트라이아웃에서 탈락한 선수가 반드시 V리그를 기다릴 이유가 없다. 부상이나 특별한 사유로 선수를 교체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두 손 놓고 시즌을 포기해야 한다. 감독과 팀의 선수관리 및 기술육성 역량이 아니라 운으로 성적을 결정하겠다는 발상이 엿보인다.

새로운 규정을 정할 때 가장 기준이 되는 것은 우리 팀이 아니라 V리그 전체와 팬이다. 나무 대신 숲을 보라는 얘기인데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의 최종방안은 어떻게 확정될 지 궁금하다.

이선규. 스포츠동아DB
이선규. 스포츠동아DB

● 모두가 패자였던 삼성화재 이선규 징계

삼성화재 이선규가 26일 상벌위원회에서 2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5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20일 LIG손해보험과의 경기 도중에 나온 과격한 행동이 문제의 발단이다. 한쪽은 폭력이라고 다른 한쪽은 신체접촉이라고 지금도 주장한다. 관련 구단과 선수단의 말이 모두 다른 가운데 올스타전 잔치를 앞둔 KOVO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26일 상벌위원회에서 징계가 확정됐다.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두 구단 모두 감정의 앙금이 남았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아직도 받지 못했다”(LIG손해보험) “우리로서는 할 만큼 했다”(삼성화재)는 입장이 대립한다. 두 구단 모두 이의신청은 포기해 결국 시간이 해결할 문제다. 지금은 모두가 흥분한 상태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처럼 큰 문제가 될 사안도 아니었다.

사건 이후 두 팀의 선수들과 사령탑이 냉정하게 대처하고 구단이 동업자 정신만 발휘했다면 쉽게 해결될 수는 있는 변곡점은 여기저기에 있었다. 더 격렬한 신체접촉과 벤치 클리어링도 나오는 종목과 비교하면 V리그의 문제해결 방식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일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끼리 해결하라’는 말이 있다. 만일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면 두 팀의 주장이나 베테랑, 감독들이 먼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서 잘잘못을 가리고 그날 밤 안으로 어떤 식이건 해결을 봐야 옳았다. 그것이 선수의 사과이건 아니면 오해의 해소이건 어떤 식으로건 충돌의 당사자끼리 같이 운동을 하는 동업자 처지에서 생각하고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그 첫 번째 골든타임을 놓친 뒤 프런트가 앞서면서 일은 더 커졌다. 서로에게 쌓였던 감정과 구단의 자존심까지 얽히면서 쉽게 해결하지 못할 문제로 커졌다. 배구가 신사의 스포츠라고 말은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보여주듯 V리그는 신사답지도 서로를 존중하지도 않았다. 동업자 정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V리그의 패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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