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코스닥, 지칠줄 모르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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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거친 외풍에 출렁이는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지수는 6년 7개월 만에 590 선 고지를 밟으며 600 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시가총액과 거래대금도 연일 신기록 행진 중이다. 코스닥이 ‘부품주(株) 시장’, 코스피의 ‘2부 리그’라는 오명을 떨치고 양적·질적 발전을 이뤄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26일 590.34로 마감하며 2008년 6월 30일(590.19) 이후 6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590 선에 올라섰다. 27일은 전날보다 2.50포인트(0.42%) 내린 587.84로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593.23을 찍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이달 중순 580 선에 안착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 2008년 6월 26일(602.74) 이후 아직 밟아 보지 못한 60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들어 닷새를 제외하고 매일 오른 코스닥지수는 전년 말 대비 9% 가까이 상승했다. 대외 악재의 영향으로 한때 1,800대로 떨어졌던 코스피와 딴판이다.

코스닥 시가총액도 이달 9일 사상 처음으로 150조 원을 돌파한 뒤 연일 몸집을 불리고 있다. 23일(156조858억 원)과 26일(156조3444억 원)에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시장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거래대금도 올 들어 하루 평균 2조6595억 원으로 지난해 평균(1조9703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경제전망이 온통 잿빛인데 왜 코스닥은 ‘나 홀로’ 열풍을 이어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대형주의 투자매력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이 부각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 대기업 위주의 코스피시장은 국제유가 급락, 그리스·러시아 경제 불안,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 악재에 큰 타격을 받는 반면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영향권에서 비켜나 있다.

또 코스닥시장이 구조적 체질 변화를 통해 양적, 질적 발전을 이뤄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정보기술(IT) 부품주가 코스닥의 30∼40%를 차지해 삼성전자 실적에 따라 코스닥도 움직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바일,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다양한 업종이 포진하며 기초체질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사물인터넷(IoT) 산업 육성 등 연초부터 쏟아진 정부 정책도 코스닥 상승랠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대장주’인 다음카카오를 비롯해 핀테크 관련 종목들은 연초 이후 10∼30%씩 급등하며 코스닥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높고 대기업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코스닥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전지원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코스닥 기업의 4분기 실적이 코스피보다 나쁘지 않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상승세를 타면서 올해 6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 악재들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다시 대형주가 강세를 띨 수 있어 실적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현재 약 2조7877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로 늘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작은 악재에도 물량을 쏟아낼 수 있어 추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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