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간담회서 “경상흑자 관리” 발언…최경환 부총리, 환율개입 구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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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살리면 흑자 줄어든단 의미”… 정부 해명에도 국제마찰 우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의 ‘경상수지 흑자 관리’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비쳐 국제 통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26일 ‘대한상의 회장단 간담회’에서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면 원화 가치 절상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려면 수입이 늘어나거나 수출이 줄어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 가치가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하면 수입이 늘고 수출은 줄어 흑자 폭이 감소한다. 문제는 지금의 흑자가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다. 경기 악화로 수출 증가율보다 수입 증가율이 낮아 흑자가 난 것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그나마 버티던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

최 부총리가 ‘관리’란 표현을 쓴 것은 경상수지 흑자 감축을 시장에만 맡겨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최 부총리의 발언은 내수를 활성화시키면 수입이 확대돼 자연스레 흑자가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수 불황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단기간에 내수를 활성화시켜 수입을 증가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경위야 어찌됐든 최 부총리의 발언은 가뜩이나 한국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미국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의회에 제출한 ‘반기(6개월) 국제 경제 및 환율 정책에 대한 보고서’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한국이 2014년 5∼7월에 외환시장에 대규모 개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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