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사기단, ‘내기장기’ 미끼로 수천만원 뜯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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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요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얼굴이 확 피셨네~”

지난해 11월17일 서울 강북구 덕릉로 한신대 사거리를 지나던 김모 씨(74)는 자신에게 반갑게 인사말을 건넨 신모 씨(69)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 씨가 누군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씨가 하도 살갑게 대하자 김 씨는 잊고 지내던 후배라 확신하고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덕담을 주고받던 중 신 씨는 김 씨를 골목으로 부른 뒤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솔깃한 말을 했다. ‘내기장기’를 두면 무조건 이길 수 있으니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신 씨는 이 자리에서 모 인삼조합장 노모 씨(71)를 소개시키며 김 씨를 안심시켰다.

사실 신 씨는 김 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김 씨에게 소개시킨 노 씨도 신 씨가 사기를 위해 끌어들인 공범이었다. 꼬임에 넘어간 김 씨는 곧장 근처 은행에서 5200만 원을 인출해 신 씨에게 건넸다. 퇴직금과 용돈을 아껴 마련한 노후자금이었다. 신 씨는 돈을 받자 마자 김 씨를 근처 커피자판기로 유인한 뒤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노 씨와 함께 달아났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할아버지를 상대로 이 같은 방식으로 돈을 훔친 혐의로 신 씨와 노 씨 등 세 명을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김 씨는 자신 또래의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해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며 “노인들이 ‘내기 장기’ 같은 사기에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 씨 등은 경마와 도박으로 돈을 날리고 수중에는 500여만 원만 남았다고 한다.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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