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Travel]‘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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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지구촌의 중심 ‘뉴욕’을 가다

지구촌에서 가장 번화하고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 타임스스퀘어의 밤 풍경. 자막이 디스플레이되는 ABC TV스튜디오 오른쪽(화면 가운데)으로 세모건물의 직사각형 모서리가 온통 전광광고판으로 도배된 원타임스스퀘어 빌딩이 보인다. 맨해튼 광장(스퀘어)은 브로드웨이와 교차로가 만나는 지점의 자투리땅을 활용하기 위해 조성됐다. 뉴욕(미국)=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지구촌에서 가장 번화하고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 타임스스퀘어의 밤 풍경. 자막이 디스플레이되는 ABC TV스튜디오 오른쪽(화면 가운데)으로 세모건물의 직사각형 모서리가 온통 전광광고판으로 도배된 원타임스스퀘어 빌딩이 보인다. 맨해튼 광장(스퀘어)은 브로드웨이와 교차로가 만나는 지점의 자투리땅을 활용하기 위해 조성됐다. 뉴욕(미국)=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어차피 뉴욕여행은 ‘장님 코끼리 더듬기’에 그칠 때가 많다. ‘지구촌의 중심’으로 불리는 이 거대도시를 말도 길도 선 여행객이 제 아무리 헤집고 돌아다닌다한들 제대로 보거나 알 수가 없어서다. 20년간 여행을 전문으로 취재해온 기자에게도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뉴욕 같은 곳은 피하고 싶은 버거운 여행지다. 그럼에도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을 따라서. 어차피 누구도 완벽하게 알 수 없는 곳이라면 오히려 더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메릴린 먼로가 1954년 한밤중에 지하철 통풍구 위에서 바람에 들춰진 하얀 드레스를 누르며 웃어대던 그 섹시한 포즈를 머리에 떠올리며 그 촬영현장인 맨해튼의 렉싱턴 애버뉴를 기웃거리면서….

지구촌의 십자로, 타임스스퀘어

맨해튼 중심가에선 ‘스퀘어(Square·광장)’를 곳곳에서 본다. 그런데 그 위치에는 공통점이 있다. 브로드웨이(사선으로 달리는 도로)와 교차로(스트리트와 애버뉴가 만나는 곳)가 만나는 지점이다. 브로드웨이는 남북방향으로 거의 일직선. 반면 바둑판 길은 20도쯤 틀어진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세 길이 만나는 곳은 사각 블록이 아니고 삼각형 땅이 생긴다. 뉴욕시가 1811년 바둑판 길을 조성할 때 기존의 브로드웨이를 없앨 수 없어 그리된 것이다.

그 자투리땅을 뉴욕시는 공원(park)과 광장으로 만들었다. 타임스스퀘어와 매디슨스퀘어, 유니언스퀘어 공원이 그것. 타임스스퀘어 중심의 원타임스빌딩(모서리가 온통 전광판으로 도배된 옛 뉴욕타임스 본사·1904년 건축), 맨해튼 최초의 스카이스크레이퍼(고층빌딩)로 소문난 ‘플랫아이언(Flatiron·매디슨스퀘어파크 남쪽)’ 빌딩이 모두 삼각형인 것도 그런 연유다. 꼭지각 25도의 이등변삼각형으로 1902년에 건축한 플랫아이언빌딩은 ‘풀러(Fuller)’라는 제대로 된 이름이 있는데도 그 재밌는 모양 때문에 ‘다리미’를 뜻하는 플랫아이언으로 불린다. 뉴욕 방문객은 하루평균 30만 명에 연간 5580만 명. 타임스스퀘어를 찾는 이도 거의 그 정도다. 그런데 타임스스퀘어는 이름과 달리 ‘네모’도 아니고 ‘광장’은 더더욱 아니다. 게다가 좁다보니 늘 붐빌 수밖에. 금·토요일 밤엔 행인에게 떼밀려 다닌다. 서울 명동과 다른 점이라면 한밤중에도 생동감이 넘쳐난다는 것. 광장을 향한 빌딩 외벽을 뒤덮다시피 한 초대형 전광판이 보여주는 화려한 광고영상 덕분이다. 그래서 여기선 시간도 잊게 된다. 1904년 뉴욕타임스 본사가 원타임스스퀘어 빌딩에 입주하면서 이곳은 ‘타임스스퀘어(시간의 광장)’란 이름과 더불어 뉴욕의 명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내겐 시간을 기억하기보다는 거꾸로 시간을 잊게 해주는 곳으로 다가왔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상징인 ‘시어터 디스트릭트’의 극장가.
뉴욕 브로드웨이의 상징인 ‘시어터 디스트릭트’의 극장가.
맨해튼관광의 해결사 ‘시티패스’

뉴욕이 초행이라고? 걱정 마시라. 뉴욕시티패스가 있으니. 어디부터 찾아가야 할지 알려준다. 시티패스는 6곳의 할인입장권 묶음(109달러)이다. 8곳 중에 6곳을 고르도록 하는데 현장구매(185달러)보다 싸니 쓸 만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자연사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오브 아트(MoMA), 현대미술관 등 네 곳은 정해져 있고 자유의 여신상, 엘리스 섬, 서클라인 크루즈(맨해튼 주변 선상유람) 중에서 한 곳, 구겐하임 미술관, 록펠러센터 전망대(톱 오브 록) 중에서 한 곳을 선택하면 된다.

이 쿠폰북만 있으면 입장권 매표소 앞의 긴 줄을 피할 수 있다.

지하철도 충전 가능한 ‘메트로카드’를 권한다. 뉴욕 역시 버스와 메트로(지하철)가 잘 연계돼 있으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영어를 못한다 해서 뉴욕 거리에서는 기죽을 일이 없다. 이 도시엔 170개 언어를 쓰는 800만 명이 어울려 산다. 여행자라도 이방인이 아니다. 더군다나 매일 30만 명의 외지인이 몰려다니는 도시가 아닌가.

박물관 거리, ‘뮤지엄 마일’

뉴욕의 중심은 ‘핍스 애버뉴(5th Avenue·애버뉴는 남북간도로)’다. 이 도로는 맨해튼 중심에 자리 잡은 센트럴파크의 가장자리(동쪽)를 따라 남북으로 나 있다. 거기서도 북쪽의 어퍼(Upper) 핍스 애버뉴는 ‘백만장자 동네’다. 공원조망권이 좋다보니 19세기 말부터 부호의 저택이 줄지어 들어선 덕분이다. 그런데 거기서도 82∼105번째 스트리트(Street·동서간도로)의 2.3km 구간은 특별히 ‘뮤지엄 마일(Museum Miles)’이라고 불린다. 세계적인 미술관 10개가 도열한 덕분인데 시작점은 남쪽 82번째 스트리트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오브 아트’(1872년 개관). 뉴욕시티패스가 통용되는 ‘솔로몬 R 구겐하임 뮤지엄’은 88번째 스트리트에 있다. 아침 일찍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며 맨해튼의 아침을 즐기다가 오전 10시 개장에 맞춰 입장하면 좋다.

국립9·11추모박물관에서 만나는 월드트레이드센터의 기초(벽). 그 앞의 철골은 2002년 5월 마지막으로 철거한 기둥.
국립9·11추모박물관에서 만나는 월드트레이드센터의 기초(벽). 그 앞의 철골은 2002년 5월 마지막으로 철거한 기둥.
맨해튼의 신종 어트랙션

‘그라운드제로(Ground Zero·9·11테러로 무너져 철거된 월드트레이드센터 터)’에 조성된 ‘국립9·11추모박물관(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 and Museum)’은 맨해튼의 새로운 명소다. 사각형의 거대한 지하폭포 두 개(추모기념물)를 세운 추모공원 옆 지하에 있다. 9·11은 물론 1993년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희생자까지 포함해 2983명을 추모하는 곳이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기억의 방(In Memoriam)’. 희생자 개개인의 삶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가족과 고인이 남긴 말과 글, 생애를 짐작케 할 사진과 각종 자료를 컴퓨터로 제공한다. 작가 스펜서 핀치가 한 개의 벽면 전체를 수많은 파란색 조각으로 장식한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9월 그날 아침의 하늘 빛깔을 기억하며’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철거된 쌍둥이빌딩의 기초와 기둥 잔해, 당시 부서진 소방차 등도 전시하고 있다.

철거할 서울역 고가차도의 활용방안 모델로 소개된 ‘하이라인(High Line)’파크도 역시 새로운 명소다. 1934년에 개통해 사용하다 30여 년 이상 방치된 고가철도가 환경조경 및 디자인 작업을 통해 특별한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가을 800m가 늘어 총연장은 2.32km. 올해는 그 끝의 허드슨야드(부두)에 조성 중인 대형쇼핑센터(호텔 오피스 식당 포함)가 문을 연다. 이곳은 맨해튼 서쪽 부두거리인 첼시지역에서도 유행의 첨단을 걷는 ’미트패킹(Meatpacking)’지역. 멋진 레스토랑과 패션숍이 많아 매일 밤 뉴욕의 멋쟁이들로 붐빈다. 미트패킹, 고기포장이라는 이름은 1980년대까지 이곳에 밀집해 있던 육류가공장 때문에 얻게 됐다.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
▼Travel Info▼

찾아가기:
뉴욕의 국제공항은 세 곳. 존F케네디, 라구아디아는 뉴욕 시에, 뉴어크는 뉴저지 주에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뉴욕노선은 인천∼나리타∼뉴어크(리버티) 공항. 뉴어크 공항∼맨해튼은 택시(28달러)와 지하철(에어트레인 뉴어크)로 오간다.

지도 읽기: 맨해튼 여행의 성공 여부는 격자형의 바둑판 도로지도를 읽는데 달려 있다. 애버뉴는 남북간도로(동에서 서로 1∼15번)며 스트리트는 동서간도로(남에서 북으로 1∼220번)까지다. 각 스트리트는 동과 서로 나뉘는데 기준선은 ‘핍스 애버뉴(5번가)’. 맨해튼의 모든 도로는 일방통행이다. 차량 진행방향은 홀·짝수로 알 수 있다. 짝수 애버뉴는 남→북, 짝수 스트리트는 동→서 방향, 홀수는 반대. 맨해튼을 걸을 때는 노란색 무료지도인 ‘뉴욕시티’를 꼭 갖고 다니며 수시로 거리이름과 번호를 확인하는 게 좋다. 지하철 환승 요령은 서울과 비슷하다. 메트로카드는 마그네틱 부분이 보이도록 세운 다음 개찰구의 홈에 넣고 진행방향으로 민다. 나올 때는 카드가 필요 없다. 회전문이 출구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타임스스퀘어 옆 42번가(42nd Street)의 ‘시어터 디스트릭트’에 몰려 있다. ‘알라딘’ ‘카바레’ ‘시카고’ ‘킹키부츠’ ‘레미제라블’ ‘더 라이온 킹’ ‘맘마미아!’ 등 23개의 유명작품을 상시 공연한다. 저녁공연은 오후 8시. 온라인 예매가 편리하다. 티켓 판매소는 타임스스퀘어 계단전망대 아래에 있다. www.broadwayinbound.com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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