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봉하는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 작가(49)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수리희망병원 501호에 수감된 스물다섯 청춘 수명(여진구)과 승민(이민기)이 새 인생을 찾아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주연 여진구(18)에게도 원작자인 정 작가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10년 전 영화 ‘새드무비’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여진구는 이번 영화에선 실제보다 7세 연상의 청년 역을 맡아 성인 연기자로 신고식을 치렀다. 원작 소설로 문학상을 수상하며 유명 작가 반열에 오른 정 작가는 이번 영화에 카메오(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출연할 만큼 애정을 드러냈다.
촬영 현장에서 두 번 마주친 두 사람은 23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세 번째로 만났다. 자신과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힘들었다는 여진구가 “(캐릭터를)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드셨어요?”라며 푸념하자 정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쓰는 나는 오죽했겠느냐고!”
―영화가 원작과 닮은 듯 다르다. ▽정유정=(소설은) 운명이 나를 침몰시킬 때 그 지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다. 앞 3분의 2까지가 ‘침몰’의 과정이라면 나머지는 ‘무엇’에 대한 얘기다. 영화는 후자에 방점을 둔 것 같다. 문제용 감독에게 원작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영화가 선택과 집중을 잘했다.
▽여진구=캐릭터가 너무 어려워서 촬영 초반 소설을 많이 참고했다. 폐쇄 병동을 가 볼 수도 없었고, 수명이 겪는 환영과 환청이 어떤 느낌인지 인터넷을 검색해도 잘 모르겠더라. 그런데 촬영을 좀 더 진행하면서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자 싶었다.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최대한 활용했다. 실제 나는 수명보단 자유분방한 승민 같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를 하며 내 안의 수명을 발견하고 기뻤다.
―혹시 연기를 하면서 정 작가에게 조언을 구했나.
▽여=‘수명이가 똑똑한 친구인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말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그 전까진 수명이 내성적인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수명이가 순응하게 된 건 그만큼 세상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서였던 것 같다.
―여진구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어땠나.
▽정=‘화이’(여진구의 전작)에서 어린 친구가 폭발력 있으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 주는데 굉장했다. 제작사 대표에게서 캐스팅 소식을 듣고 속으로 ‘생큐’ 했다(웃음). 수명 역은 말이나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이 없어 연기가 더 어려웠을 거다. 그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 줬다.
―소설에서 수명이 여리고 여성스러운 데 반해 원래 여진구는 선이 굵다.
▽여=그래서 가발을 썼고, 다이어트도 했다. 조금이라도 희게 보이려고 선크림을 바르고 일부러 큰 옷을 입어서 가녀린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그 덕분인지 현장에서는 여성스러워 보인다는 칭찬도 들었다.
―영화 속 수명과 승민의 우정을 브로맨스(남성 로맨스)로 보는 사람이 많다.
▽여=다른 장면은 큰 저항이 없었는데, (이)민기 형이 얼굴을 들이대고 ‘내가 없어도 괜찮아?’라는 대사를 할 땐 많이 오글거리긴 했다.
▽정=사실 수명과 승민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 승민은 수명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브로맨스라기보단 한 몸에 가깝다. 그래서 분열된 자아를 바라보는 수명의 시선 변화가 무척 중요했는데 여진구가 정말 잘해 줬다. 기대했던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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