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입원한 두 청춘 다룬 ‘내 심장을 쏴라’ 주연 여진구-원작자 정유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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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 “캐릭터 어려워 소설 많이 참고”, 정유정 “여진구 캐스팅에 속으로 생큐”

영화 ‘내 심장을 쏴라’의 원작자 정유정 작가(왼쪽)와 주연 배우 여진구. 소설 출간과 동시에 영화 판권이 팔릴 만큼 충무로 제작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정 작가는 최근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준비 중이다. 올해 고3인 여진구는 최근 설경구와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서부전선’ 촬영을 마쳤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영화 ‘내 심장을 쏴라’의 원작자 정유정 작가(왼쪽)와 주연 배우 여진구. 소설 출간과 동시에 영화 판권이 팔릴 만큼 충무로 제작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정 작가는 최근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준비 중이다. 올해 고3인 여진구는 최근 설경구와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서부전선’ 촬영을 마쳤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8일 개봉하는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 작가(49)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수리희망병원 501호에 수감된 스물다섯 청춘 수명(여진구)과 승민(이민기)이 새 인생을 찾아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주연 여진구(18)에게도 원작자인 정 작가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10년 전 영화 ‘새드무비’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여진구는 이번 영화에선 실제보다 7세 연상의 청년 역을 맡아 성인 연기자로 신고식을 치렀다. 원작 소설로 문학상을 수상하며 유명 작가 반열에 오른 정 작가는 이번 영화에 카메오(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출연할 만큼 애정을 드러냈다.

촬영 현장에서 두 번 마주친 두 사람은 23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세 번째로 만났다. 자신과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힘들었다는 여진구가 “(캐릭터를)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드셨어요?”라며 푸념하자 정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쓰는 나는 오죽했겠느냐고!”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 작가의 작품 중 처음으로 영화화됐다. 아역 출신 여진구는 이 영화로 첫 성인 연기에 도전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 작가의 작품 중 처음으로 영화화됐다. 아역 출신 여진구는 이 영화로 첫 성인 연기에 도전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가 원작과 닮은 듯 다르다.

▽정유정=
(소설은) 운명이 나를 침몰시킬 때 그 지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다. 앞 3분의 2까지가 ‘침몰’의 과정이라면 나머지는 ‘무엇’에 대한 얘기다. 영화는 후자에 방점을 둔 것 같다. 문제용 감독에게 원작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영화가 선택과 집중을 잘했다.

▽여진구=캐릭터가 너무 어려워서 촬영 초반 소설을 많이 참고했다. 폐쇄 병동을 가 볼 수도 없었고, 수명이 겪는 환영과 환청이 어떤 느낌인지 인터넷을 검색해도 잘 모르겠더라. 그런데 촬영을 좀 더 진행하면서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자 싶었다.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최대한 활용했다. 실제 나는 수명보단 자유분방한 승민 같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를 하며 내 안의 수명을 발견하고 기뻤다.

―혹시 연기를 하면서 정 작가에게 조언을 구했나.

▽여=‘수명이가 똑똑한 친구인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말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그 전까진 수명이 내성적인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수명이가 순응하게 된 건 그만큼 세상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서였던 것 같다.

―여진구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어땠나.

▽정=‘화이’(여진구의 전작)에서 어린 친구가 폭발력 있으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 주는데 굉장했다. 제작사 대표에게서 캐스팅 소식을 듣고 속으로 ‘생큐’ 했다(웃음). 수명 역은 말이나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이 없어 연기가 더 어려웠을 거다. 그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 줬다.

―소설에서 수명이 여리고 여성스러운 데 반해 원래 여진구는 선이 굵다.

▽여=그래서 가발을 썼고, 다이어트도 했다. 조금이라도 희게 보이려고 선크림을 바르고 일부러 큰 옷을 입어서 가녀린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그 덕분인지 현장에서는 여성스러워 보인다는 칭찬도 들었다.

―영화 속 수명과 승민의 우정을 브로맨스(남성 로맨스)로 보는 사람이 많다.

▽여=다른 장면은 큰 저항이 없었는데, (이)민기 형이 얼굴을 들이대고 ‘내가 없어도 괜찮아?’라는 대사를 할 땐 많이 오글거리긴 했다.

▽정=사실 수명과 승민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 승민은 수명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브로맨스라기보단 한 몸에 가깝다. 그래서 분열된 자아를 바라보는 수명의 시선 변화가 무척 중요했는데 여진구가 정말 잘해 줬다. 기대했던 대로.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내 심장을 쏴라#여진구#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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