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 재계는 ‘법인세 인상’ 툭하면 입씨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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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현장, 여전히 삐걱]
野, 정부 - 기업 압박 카드로 활용… 기업들 ‘찔끔 투자’도 논란 부추겨

정부와 재계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놓고 평행선을 긋고 있는 것처럼 정치권과 재계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바로 법인세 인상 논란이다. 제대로 된 분석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쟁 수단으로 삼는 정치권과 1세대 창업주들의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이념을 잊은 채 값싼 해외 노동력만 찾는 기업이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이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진국들도 ‘세금 인하 경쟁’을 벌이며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거꾸로 행보를 취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제조업이 강한 나라에서는 대부분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라며 “제조업 거점과 관련한 결정은 장기적이기 때문에 기존 세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번 내렸다고 다시 올리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2013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8%로 대폭 내렸다. 영국도 2008년부터 7년간 20% 인하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다 동남아 국가들에 생산기지 유치전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는 중국은 법인세 인하뿐만 아니라 부가세 인하, 소득세 환급 등 다양한 세제 혜택까지 주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법인세 인상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정치권이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을 정부나 기업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도 법인세 인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세율을 낮춰도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보다 사내유보금을 늘려가는 등 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소속 83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사내유보금이 지난해 3분기(7∼9월) 말 기준으로 537조8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25%이던 법인세율을 22%로 3%포인트 낮춘 뒤에도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줄어들지 않은 것도 법인세 인상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유출 증가율은 연평균 8.2%. 1∼2% 수준인 미국이나 일본보다 현격히 높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면 기업이 제대로 보답하는 선순환 구조가 없어 불필요한 논쟁만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법인세#인상#입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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