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김민재의 인생역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27일 06시 40분


무릎 십자인대 파열 은퇴 위기 딛고 인천AG 銀
역도연맹 최우수선수 선정…“내년 올림픽 도전”

대한역도연맹은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2014년도 우수선수 및 단체, 유공자 시상식을 열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김민재(32·경북개발공사·사진)는 최우수선수를 수상하며 상패와 격려금을 받았다. 은퇴 기로에서 다시 바벨을 잡은 뒤 얻은 성과라 그 가치는 더 빛났다.

김민재의 역도 인생은 잡초와 같다. 고교시절까지 유망주로 꼽혔지만, 20세의 어린 나이에 역도를 떠났다. 혈기 왕성한 나이에 꽉 짜여진 단체생활이 맞지 않았다. 떠밀리듯 군대에 다녀온 뒤로는 스포츠센터에서 평범한 트레이너로 일했다. 다시 역도에 대한 갈증을 느꼈을 때는 어느 팀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공백기가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2007년 24세의 나이에 가까스로 정식 선수가 됐다. 현재의 아내인 역도선수 출신 이연화 씨가 물심양면으로 도운 결과였다. 결국 2009고양세계선수권 남자 94kg급 인상(178kg)·합계(384kg)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이어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2런던올림픽 인상에선 한국기록(185kg)을 작성하며 그해 역도연맹 최우수선수에 선정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3년 4월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가 파열되면서 또 한 번 시련기를 맞았다. 수술하면 선수생활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당시 은퇴 문턱까지 갔었다”고 회상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다시 바벨을 잡은 것은 부상 발생 이후 6개월 만이었다. 2013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재활에 돌입했고, 불과 10개월 만인 2014년 9월 한 체급을 올려 인천아시안게임의 문을 두드렸다. 결국 남자 105kg급에서 인상 182kg·용상 215kg·합계 397kg으로 당당히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민재는 “수술 없이 재활로만 견디다보니 현재 오른쪽 무릎이 조금 비틀어져 있다. 솔직히 언제 재발할지 몰라 항상 불안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이제 무릎이 터지면 그 순간 미련 없이 역도를 그만둔다’는 각오로 바벨을 들겠다”며 11월 세계선수권과 내년 올림픽을 겨냥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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