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反긴축’ 확산땐 돈풀기 효과 반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그리스發 악재’ 글로벌 금융시장 냉각
그렉시트 현실화 가능성 낮지만 부채탕감 카드로 활용 가능성
2월 단기국채 43억유로 상환 분수령… 유럽 주요국 총선 잇따라 시장 촉각

유럽중앙은행(ECB)의 과감한 돈 풀기에 환호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그리스발(發) 악재로 또다시 얼어붙었다. 25일(현지 시간)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압승을 거두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당장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공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새로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 유럽 주요 국가의 선거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그리스의 ‘반(反)긴축’ 기조가 유럽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1조1400억 유로(약 1435조 원)에 이르는 ECB 양적완화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 그렉시트보다 ‘일시적 디폴트’ 우려 높아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1포인트(―0.02%) 내린 1,935.68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 양적완화 소식에 급등했던 코스피는 이날 개장과 함께 1,920대까지 밀렸다가 등락을 거듭한 끝에 1,930 선을 지켜냈다. 일본(―0.25%), 홍콩(―0.26%)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그리스 총선 결과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승리하면서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예상된 선거 결과여서 하락폭은 크지 않았지만 그리스발 악재가 유럽의 화끈한 ‘돈 풀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기에는 충분했다.

전문가들은 시리자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없을 것”이라고 공약한 만큼 단기적으로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하지만 시리자가 그리스의 부채 탕감과 구제금융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 탈퇴 카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현재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75% 규모인 3200억 유로다. 이 중 70%를 유로존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어 부채 탕감을 둘러싼 그리스와 유로존 국가 간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달 말로 예정된 43억 유로의 단기국채 상환이 금융시장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최악의 경우 시리자가 구체적인 정책을 펼 시간도 없이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그리스 정부는 이미 이달 초에 단기국채 상환을 위한 외화가 충분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

○ 금융시장 뒤흔드는 ‘선거 이벤트’ 잇달아


그리스 외에도 올해 유럽 주요 국가들이 잇달아 총선을 치를 예정이어서 유럽발 정치적 이벤트에 따른 시장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급진좌파 정당의 집권은 당장 29일 치러질 이탈리아 대선과 5, 12월로 예정된 영국과 스페인 총선에서 반(反)유럽연합(EU) 정서를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그리스의 반긴축 기조가 확산될 경우 스페인을 비롯해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구제금융을 받은 다른 국가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 전체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의 은행 시스템, 노동시장 등 구조개혁을 동반하지 않을 경우 양적완화 조치는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치 리스크는 유럽 구조개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악화 등으로 정권교체가 잦아지면서 각국의 선거 결과가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선거와 관련한 정국 변화나 시장 반응을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발 악재와 함께 미국이 러시아 추가 제재 검토에 나서는 등 기존 유럽발 악재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이는 가뜩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유럽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리스 총선 결과가 예고된 악재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줄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의 정치적 이슈는 새로운 돌출 악재가 아니다”라며 “최근 ECB의 양적완화 결정으로 그리스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점도 그리스 총선 결과의 영향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유럽중앙은행#그리스발#악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