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영화 ‘국제시장’ 파급력 배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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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국제시장 둘러보고 해운대에서 놀자”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극장을 빠져나오는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

이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시장인 국제시장과 인근 자갈치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부산의 도시 브랜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독일 파견 광원과 간호사 이야기는 경남 남해군에 있는 독일마을 관광객까지 늘어나게 만들었다.

언론에는 이 영화와 관련된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유력 정치인들은 국제시장을 앞다퉈 방문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15일 국제시장을 찾아 서민 경제 살리기 모델로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제시장과 독일마을이 영화를 매개로 큰 부가가치를 낳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 영화의 특별한 파급력은 대구와 경북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국제시장의 파급력을 향후 정책 수립과 추진 과정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냥 영화 한 편의 흥행 성공이 아니다. 정책이든 전통이든 관광 자원이든 전국적으로 유명해져야 사회적 관심을 모아 실질적 파급력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좋은 교훈이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을 대구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빛나는 애국 전통으로 여기지만 공원을 조성하고 매년 기념식을 여는 정도이다. 국제시장이 크게 주목받자 대구 서문시장을 이야기하며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올해부터 대구의 가치와 정신을 알리자는 정책을 추진하는 대구시는 메시지를 어떻게 디자인해 공감을 만들지 고민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훌륭한 전통을 시민들조차 잘 모른다’며 캠페인 식으로 접근하면 폭넓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경북은 영화든 관광 프로그램이든 사람을 북적이게 할 자원이 풍부하다. 경북도는 경북의 4대 정신인 ‘화랑-선비-호국-새마을’을 ‘한국 정신의 창’이라고 표현한다. 전통을 발전적으로 되살리려는 노력은 바람직하지만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받을 때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화자찬 수준에 그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제시장은 감독을 중심으로 제작진이 5년 넘게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대구시는 ‘돈과 사람이 몰리는 매력 있는 대구’, 경북도는 ‘문화 융성 시대를 주도하는 경북’ 같은 슬로건을 만들어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지만 전국적 파급력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대구 시민’이나 ‘경북 도민’과는 별개로 전국 반나절 생활권을 분주히 오가며 사는 ‘요즘 사람들’을 겨냥해야 어떤 정책이든 좁게 갇히지 않는다. 이런 인식이 절실해야 몇 년 뒤에라도 전국적 파급력을 낳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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