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전향’ 롯데 하준호, 제2의 나성범 노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26일 06시 40분


롯데 하준호는 고교 시절 좌완 강속구 투수로 전국대회 결승전에서 9이닝 17K 완봉승을 거뒀던 특급 유망주였다. 그러나 프로에서 타자로 변신에 도전했고 2년여 만에 롯데 주전 중견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롯데 하준호는 고교 시절 좌완 강속구 투수로 전국대회 결승전에서 9이닝 17K 완봉승을 거뒀던 특급 유망주였다. 그러나 프로에서 타자로 변신에 도전했고 2년여 만에 롯데 주전 중견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고교시절 전국대회 결승전 완봉승 빛나는 좌완 에이스
군 제대 후 완전 타자 전향…전준우 빈 자리 두고 경쟁

#2014년 7월 27일 잠실구장. 롯데 김시진 전 감독은 LG전 라인업에 적힌 하준호의 이름을 슬쩍 보여주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작품 하나 만들어 보고 싶어서”라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하준호는 9번 우익수에 이름이 적혀있었다. 프로데뷔 이후 타자로 처음 선발출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7회 LG 선발 코리 리오단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렸다. 타자로 1군 무대 데뷔전에서 첫 안타,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한지 1년여 만에 맛본 감격의 순간이었다.

#2015년 1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을 앞둔 이종운 롯데 신임 감독에게 군에 입대한 외야수 전준우의 빈 자리에 대해 물었다. 이 감독은 “캠프에서 발 빠른 왼손 타자, 하준호 그리고 역시 주루가 뛰어난 오른손 타자 김민하 등의 실력 향상을 지켜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하준호(26)는 고교시절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좌완 강속구 투수로 명성이 높았다. 야구명문 경남고 출신으로 고교 2학년 때 청룡기 결승에서 9이닝 동안 삼진 17개를 잡으며 완봉승해 팀 우승을 이끌었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이 위력적이었다.

키가 174cm로 투수로는 작은 편이지만 롯데는 큰 가능성을 믿고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하준호를 지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입단 동기 주인공은 전준우였다.

하준호는 팀이 애지중지하는 좌완 투수 유망주였지만 타격 자질도 뛰어났다. 공도 빨랐지만 발도 빠른 좌타자였다. 2010년 당시 2군을 이끌고 있던 박정태 전 감독은 파격적으로 하준호를 투·타 겸업, 투수와 타자로 모두 기용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투수로도 똑똑했고 타자로도 반짝였지만 프로 마운드는 생각보다 높았다. 역동적인 투구 폼을 갖고 있었지만 그만큼 부상 위험이 높았다. 팔 부상 후 입대했고 2013년 팀에 돌아와 타자로 변신을 시작했다.

이종운 감독과 롯데 코칭스태프가 꼽는 하준호의 강점은 빠른 스윙 그리고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발이다. 지난해 31경기에서 73타수 17안타 타율 0.233을 기록했지만 타점이 11개나 될 정도로 집중력이 높았다. 풀타임을 뛸 경우 타격은 안정적으로 향상 될 수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손아섭과 외국인타자 짐 아두치가 각각 우익수와 좌익수를 맡을 예정이다. 지난해 주로 좌익수로 기용됐던 하준호는 중견수 수비에도 문제가 없다. 발이 빨라 수비범위가 넓기 때문에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동안 꽤 많은 선수들이 투수로 프로에 입단한 뒤 타자로 변신해 큰 성공을 거뒀다. 삼성 이승엽, 채태인, NC 나성범, 그리고 하준호의 팀 선배였던 소프트뱅크 이대호가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하준호는 ‘대박 타자변신’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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