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수습 특명 받은 ‘소통 총리’… “대통령에 쓴소리 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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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총리 이완구 내정]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누구
세종시 수정 반발해 지사직 던지고… 자민련땐 DJP 공조 깬 ‘결단맨’
암 이겨내고 2013년 재보선때 재기… 세월호法 합의 이끌며 정치력 증명
朴대통령 신임 두터워 수시 통화… 총리 성공땐 ‘충청 대권주자’ 우뚝

‘정치인 총리’ 반기는 여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위 사진 오른쪽)가 23일 국무총리로 내정된 
사실이 발표된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야당 원내 지도부를 만나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아래 사진). 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이 원내대표,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뉴시스
‘정치인 총리’ 반기는 여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위 사진 오른쪽)가 23일 국무총리로 내정된 사실이 발표된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야당 원내 지도부를 만나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아래 사진). 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이 원내대표,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뉴시스
“난 친박(친박근혜)계가 아니라 친박근혜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평소 이런 얘기를 자주 해왔다. ‘친박’이라는 계파 소속이 아니라 계파의 틀을 뛰어넘어 박근혜 대통령과 신뢰를 쌓아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원내대표 시절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완구 카드’를 띄운 것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5년 전 총리직 제안은 거부


이 후보자는 최근 들어 박 대통령과 휴대전화로 자주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국정 전반에 걸쳐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는 얘기다.

이 후보자는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충남지사직을 사퇴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다. 사표를 던질 당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종시 수정안은 안 된다”는 원칙은 공유했지만 정치적으로 ‘줄을 선다’는 오해를 받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총리직은 2010년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로부터 제안받았다. 하지만 그는 “총리직에 연연해 소신을 바꿀 수는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2011년 12월 낸 에세이집에서 “도지사직 사퇴로 톡톡한 대가를 치렀다. 당권을 쥐고 있는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술회했다.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하루에 담배를 4갑까지 피웠다. 2012년 1월에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았다. 그해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그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완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그해 8월 병마를 이겨낸 그는 2013년 4월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에서 3선 고지를 밟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 DJP연합을 깨다

공직자로서의 이 후보자는 주변 관리에 철저하고 꼼꼼했다는 평가가 많다. 스스로 “약간의 결벽증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충남도지사 재임 시절 첫째 아들 결혼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치렀고, 장모상을 당했을 때는 처남에게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부친이 부탁받은 민원도 매정하게 잘라냈다.

그는 지난해 5월 친박의 지지를 업고 원내대표로 추대됐다. 이후 뛰어난 조정 능력을 보여줬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도중 야당 원내대표가 교체되는 진통 속에 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냈고 최근에는 공무원연금개혁특위와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협상도 성사시켰다.

정치인의 강단도 보여줬다. 2001년 9월 한나라당이 제출한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자민련이 찬성하면서 결국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은 결별의 수순을 밟는다. 당시 자민련 원내총무였던 이 후보자는 DJ 측의 결별 통보에 물러서지 않고 “결별하자”고 받아쳤다. 당시 김종필(JP) 자민련 명예총재는 ‘공동정부’를 깨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당내 반발이 큰 상황 등을 감안해 “이미 끝났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 ‘충청권 대망론’ 불 지필까

이 후보자는 23일 총리 지명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야당을 이해하는 정부, 야당을 이기지 않으려는 정부도 필요하다”며 “야당과 소통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너진 국가 기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경제 살리기 등 개혁 과제가 동력을 받을 수 있다”며 “공직 기강을 확실히 잡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지명 통보를 받자마자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야당도 이 후보자에 대해선 비교적 후한 평을 하는 편이다. 새정치연합의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회담에서 당시 이완구 원내대표에 대해 “훌륭한 분”이라며 총리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대표적인 충청권 인사다. 충청권 지지를 기반으로 다른 지역을 아우르면 대권 행보로 나갈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충북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충청권 대망론’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처음부터 대권 행보를 의식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정치권에선 그가 박근혜 정부 3년 차의 난제를 착실히 풀어내고 성과를 보여준다면 충청권 대망론의 불을 지필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정 총리, 지난해 말 사퇴 가닥 잡힌 듯

정홍원 총리는 이달 초 출입기자들과의 산행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누가 물으면 답은 ‘소이부답(笑而不答·말 대신 웃음으로 답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재신임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정 총리는 지난해 말 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 사의를 밝혔고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2월 임명된 정 총리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대응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같은 해 6월 유임됐다.

고성호 sungho@donga.com·강경석 기자
#이완구#국무총리#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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