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황제 곁에서 농간부린 환관이 제국을 무너뜨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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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 이야기-측근 정치의 구조/미타무라 다이스케 지음/한종수 옮김/296쪽·1만5000원·아이필드

환관의 발호는 외척과 함께 중국의 강대한 제국들을 붕괴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환관의 힘은 황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명령을 대신 전달하는 데서 나왔다. 대신이 황제에게 대면 보고를 못하고 황명을 직접 못 받는 틈을 타 환관은 농간을 부렸다. 환관 비서실장의 기원은 뜻밖에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이다. 연회 중에도 자주 명령을 내렸던 한 무제는 궁형(거세형)을 받은 사마천을 비서실장 격인 중서령에 임명했다.

황제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은 환관이 득세할 소지를 키웠다. 후한 광무제는 정무를 재상에게만 맡기지 않겠다는 취지로 비서실이었던 상서방을 강화한다.

상서는 재상의 명령을 받지 않았고 관료의 임면권과 상벌권까지 가졌는데, 환관이 황제와 상서 사이를 막아버리면서 권력을 장악한다. 권력도, 그만큼 업적도 컸던 한 무제와 후한 광무제 때 환관이 정무에 참여하는 길이 열린 것은 시사적이다.

후한의 마지막 군주 영제는 환관 장양과 조충을 가리켜 입버릇처럼 부모라고 했다. 이른바 ‘십상시’다. 당 현종 때 고력사라는 환관은 태자 책봉에 간여한다. 이때부터 환관은 장군이 될 수 있었고, 근위병의 지휘권을 갖게 된다.

명 태조는 건국공신들을 대부분 처형한 뒤 재상정치를 폐지했다. 이후 황제의 비답을 대필하는 환관들이 ‘그림자 내각’을 형성하고 때로 공식 내각을 제압하기까지 했다. 영락제 때는 환관이 비밀경찰 동창(東廠)의 지휘권과 군대의 감찰권까지 갖는다.

환관과 견줄 만한 존재가 궁 안에서 일하는 여성들인 여관(女官)이다. 명 만력제의 부마는 여관의 허락 없이 아내인 공주를 만났다가 여관과 연인 사이인 환관의 패거리에 몰매를 맞았다.

유모도 자기가 키운 황자가 황제로 즉위하면 환관과 결탁해 권세를 휘둘렀다. 후한의 안제를 구해낸 유모 왕성, 명 천계제의 유모 객 씨 등이 유명하다.

저자는 “비서가 측근 세력이 되면 권세를 앞세우고 위엄으로 내리누르는 것은 어느 시대, 사회나 똑같다”고 말한다. 이 시대 각 분야 권력자들이 정독할 만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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