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유로존 구하자”… ECB, 매달 600억유로 뿌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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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양적완화 착수… 기준금리는 동결
3월부터 국채 1435조원 매입, 獨은 반대… 경기부양 효과 미지수
2014년 12월 물가 5년만에 첫 마이너스
실업률 11.5%… 경기침체 가속화

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이션(통화량 축소에 물가 하락, 소비 침체)에 빠진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해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1조1400억 유로(약 1435조 원) 규모의 양적완화(QE)를 단행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잇따라 발표했으나 ECB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결정한 것은 출범 이후 처음이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0.05%로 유지하기로 했다. ECB는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0.15%에서 0.05%로 내린 이후 이번까지 4개월째 동결했다. 또 예금금리도 현행 ―0.20%로 유지하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사진)는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6년 9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약 75조5340억 원)어치의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CB가 발표한 양적완화 규모는 경제 전문가들이 당초 예상했던 5500억 유로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번 조치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에 퍼지고 있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다보스포럼에 참가 중인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ECB 발표 하루 전인 21일 “드라기 총재가 원하는 만큼 양적완화를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며 ECB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2월 유로존 물가상승률(―0.2%)은 5년여 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당초 ECB 목표치 2%를 크게 밑돈 것이다. 또 유로존의 지난해 11월 실업률은 11.5%를 기록해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유럽 경제를 살려내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양적완화 조치가 각국의 경제개혁을 오히려 늦출 것”이라며 양적완화에 반대해 왔다.

금융회사 ‘미즈호 인터내셔널’의 런던 소재 리카르도 바르비에리 에르미트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양적완화 규모는 예상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핵심은 위험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드라기 총재가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ECB가 아닌 유로존 19개국 중앙은행이 해당국의 국채를 사들여 위험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각국이) 위험 부담을 공유할수록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ECB의 양적완화 발표 이전인 22일 오전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ECB의 조치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다”며 “올해 각국의 상반된 통화정책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의 말은 유로존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작하는 데 비해 미국은 지난해 양적완화를 종료한 데 이어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디플레이션#유로#양적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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