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고귀한 생명 구하는 하트세이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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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 반 전남 영암군 영암읍 공설운동장을 돌던 이모 씨(57)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씨는 산림청 소속 산불 전문 예방 진화대원 지원을 위한 체력검증을 받고 있었다. 이날 체력검증에는 11명이 참가해 10명이 선발될 예정이었다. 서부지방산림청 영암국유림관리소 직원 박모 씨(37·9급)가 쓰러진 이 씨를 발견했다. 박 씨가 휴대전화로 119상황실에 도움을 요청하자 심장마비 대응을 위한 상황관리센터로 연결됐다. 박 씨는 상황관리센터와 조모 119구급대원의 전화 안내를 받으며 이 씨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박 씨는 “이 씨가 운동장을 도는 지구력 테스트를 하던 중 긴장했던 것 같다”며 “무조건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전화 설명을 들으면서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119구급차량으로 강진의료원에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은 뒤 광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 씨는 22일 현재 의식을 회복하고 거동을 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일 오후 8시 반 광주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던 오모 씨(45)가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수영강사 송모 씨 등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오 씨의 흉부를 압박했고 다른 강사는 인공호흡을 하는 등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119상황관리센터의 도움이 있었다. 119구급차량으로 병원에 이송된 오 씨는 의식과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에서는 동생이 심정지가 온 형을, 아들이 아빠를, 회사원이 직장동료를 심폐소생술로 살리는 사례도 있었다.

하트세이버는 심장마비(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등을 실시해 의식을 회복시키고 72시간 동안 생존케 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명예의 상징이며 ‘심장을 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심정지 환자를 살리는 핵심 고리는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신고, 신속한 심폐소생술, 신속한 제세동, 빠른 전문소생술 시행, 소생 후 치료 등이 연결돼야 한다. 소생의 고리 5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심폐소생술이다.

이처럼 귀한 생명을 살리는 하트세이버가 늘고 있다. 광주지역 하트세이버는 2010년 21명, 2011년 53명, 2012년 39명, 2013년 58명. 2014년 103명이었다. 전남지역 하트세이버는 2010년 10명, 2011년 11명, 2012년 46명, 2013년 76명, 2014년 67명이었다. 하트세이버 상당수는 아직까지 119구급대원 등 공무원이다. 광주지역 하트세이버는 2010년 일반 시민이 없었으나 2014년에는 15명(15%)으로 늘었다.

하트세이버 증가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확산되고 소생 고리를 연결하는 구급체계가 구축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광주시와 전남·북 소방본부에는 2013년부터 심정지 대응을 위한 상황관리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상황관리센터는 심정지 환자 발생 신고가 접수될 경우 주위에 있는 시민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전화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상황관리센터에는 권역별로 구급지도의사도 배치돼 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대형 재난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심폐소생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시민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배워 익히면 생명을 살리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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