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선동 10대3 ‘유죄’… 내란음모 4대9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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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징역 9년 확정]‘이석기 사건’ 엇갈린 대법관 의견

1년 4개월 동안 진행돼온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22일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개월여의 고심 끝에 이날 이 전 의원에게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내란음모죄는 원심대로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처음으로 형법상 내란음모죄와 내란선동죄의 성립요건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 “실질적 위험, 실행계획 합의해야 내란음모”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이 내란을 선동하기는 했지만 모의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내란음모죄가 적용된 것은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이나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사건은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거나 하급심 판결을 대법원이 그대로 인용한다는 내용만 판결문에 남아 있을 뿐이다.

78쪽에 이르는 이 전 의원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내란음모죄와 내란선동죄에 대한 구체적인 성립요건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내란음모죄가 내란선동죄보다 까다롭다. 주로 선동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내란선동은 선동행위 자체가 위험성과 불법성이 있어 내란 시기와 장소, 대상과 방식, 역할 분담이 선동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내란음모는 2명 이상이 내란 실행 계획에 대한 조직적 차원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 합의에는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따르는 130여 명의 조직원을 대상으로 2013년 5월 전쟁이 발발할 경우 타격할 국가 기간시설을 거론하고, 무기 제조와 탈취, 협조자 포섭까지 논의한 점 등은 위험한 선동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분임토론에서 일부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등 실행 계획에 대한 조직적인 ‘합의’나 실행에 따른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사실상 최초로 내란음모죄의 형법상 성립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성향 따라 양쪽으로 소수의견 엇갈려

전원합의체는 이 전 의원에게 적용된 3가지 혐의 중 국보법 위반 부분만 만장일치로 인정했다. 내란선동죄는 10 대 3으로 유죄, 내란음모죄는 4 대 9로 무죄가 확정됐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개별 대법관의 이념적 성향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신영철 민일영 고영한 김창석 대법관은 “전쟁 발발 상황이 되면 이 전 의원 등이 회합에서 논의했던 방법이나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내란의 실행 행위로 나아갈 개연성이 크고,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다”면서 내란음모죄도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정반대 소수의견도 나왔다. 이인복 이상훈 김신 대법관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도 위배될 우려가 있다”며 내란음모뿐 아니라 내란선동죄도 무죄를 주장했다. 김신 대법관은 대법관 중에서 소수의견을 내는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통상임금 판결 때도 “다수의견의 논리는 너무 낯선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든다”며 소수의견을 낸 적이 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지하혁명조직(RO)의 실체에 대해 대법원은 “회합에 참석한 130여 명이 이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입 시기, 활동 내용 등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 헌재 통진당 해산 결정과 상반되지는 않아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과 상반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헌재는 RO 회합에 대해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 개최’라는 표현을 쓰면서 내란음모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았다. RO의 실체에 대해서도 헌재는 ‘통진당 핵심 주도세력’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헌재로서는 내란음모죄의 성립 여부나 RO의 실체 부분은 대법원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둔 셈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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