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잠시 사라져도 괜찮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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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계정 비활성화 전에 뜨는 화면. SNS에 시달리고 있다면 잠시 계정 사용을 중단하는 것도 좋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계정 비활성화 전에 뜨는 화면. SNS에 시달리고 있다면 잠시 계정 사용을 중단하는 것도 좋다. 페이스북 캡처
“계정을 비활성화하시겠습니까?”

확정 버튼을 누르기까지 잠시 망설였습니다. “370명의 친구 소식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됩니다”라는 문장까진 쿨하게 넘겼습니다. 이어 페이스북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이 몇 개 등장하더군요.

“김○○ 님이 회원님을 그리워할 거예요.” “Elia 님이 회원님을 그리워할 거예요.”

애틋한 문구에 내 마음이 약해질 뻔했습니다. 하지만 해냈습니다. “그리워하긴… 개뿔, 평소 연락도 안 하는 친구들일 뿐인데…”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지요. 이렇게 해서 며칠 전 나는 페이스북에서 또 한번 자취를 감췄습니다. 세 번째였지요.

계정을 비활성화하면 잠깐이나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의 페이스북 친구 목록에서 제외되며 그동안 달았던 댓글도 모두 사라집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는 계정을 비활성화한 것입니다.

요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 떠도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카.페.인 우울증’입니다. 처음엔 ‘카페인도 많이 섭취하면 우울증에 걸리는 건가’ 하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지칭하는 약어였지요.

SNS에 올라오는 각종 사진과 글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증세가 카.페.인 우울증이랍니다. 솔로인 사람은 남의 데이트 사진이, 친구가 별로 없는 사람은 여러 사람과 즐겁게 어울리는 남의 근황이 부럽기 마련입니다. 기자도 그런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혼자 있는 걸 과도하게 즐기는 편이라 박탈감이나 우울증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SNS를 타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보면 아주 가끔은 불안합니다. ‘나 잘 살고 있는 거 맞겠지?’ 하고 말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아예 계정을 삭제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누구의 소식도 궁금하지 않고 내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 숨고 싶지만 조만간 문득 누군가의 근황이 궁금해져 페이스북을 다시 찾을 거란 사실을 나는 잘 압니다. SNS라는 창구가 때론 엄청난 피로감을 안겨 준다 해도, 소통의 갈증이 솟구쳐 수많은 사람과 동시다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란 사실도 잊지 않고 있지요.

그러니 ‘탈퇴한 듯 탈퇴한 게 아닌 탈퇴한 것 같은’ 상태인 계정 비활성화가 좋은 해법이 되는 것입니다. 가끔 그런 적 있지 않나요? 페이스북 친구 수나 댓글이 갑자기 줄어들어 ‘누가 의도적으로 친구를 끊었나’ 하고 상심했는데, 다음 날 원래 수치로 돌아온 적. 맞습니다. 이런 친구들, 계정 사용을 잠시 중단했다가 복구한 사람들이지요.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활성화하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사이트에 접속해 아이디, 비밀번호를 치고 로그인 하면 됩니다. 그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모든 게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옵니다. 아, 실수로 계정 삭제 요청을 하셨다고요? 괜찮습니다. 영리한 페이스북은 계정이 완전히 삭제되기 전 14일간의 유예기간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2주 내에 다시 로그인을 하면 계정 삭제 요청이 취소됩니다. 아 참, 트위터는 계정 삭제를 요청한 뒤 30일 이내에 다시 로그인 하지 않으면 계정이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저는 지난해 10월 트위터 계정 삭제를 요청한 뒤 그렇게 30일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별로 열심히 하지도 않아서 후회 안 할 줄 알았는데…. 아예 없애 버리고 나면 나중에 꼭 다시 찾을 일이 생기더군요. 안 쓰더라도 그냥 놔둘 걸 그랬습니다.

이틀 전 저는 페이스북에 다시 로그인 했습니다. 계정은 다시 살아났고 SNS와의 ‘밀당’ 또한 다시 시작됐습니다. 나흘간의 짧은 은둔이었습니다.

최지연 오피니언팀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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