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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프로야구, 김성근 vs 김성근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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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프로야구, 김성근 vs 김성근 제자들

이헌재 기자 입력 2015-01-23 03:00수정 2015-01-23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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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마음 얻는 법 배운 양상문… ‘진지한 야구’ 강조하는 김기태
전략-경기 분석법 활용 염경엽… ‘데이터 야구’ 물려받은 조범현
‘야신’ 장점 흡수해 자기 것으로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35)은 연봉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해 16일 팀의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못했다.

그런 봉중근을 감싸 안은 사람은 양상문 LG 감독이었다. 양 감독은 전지훈련에 출발하기 전날 밤 봉중근에게 “무조건 네 판단에 맡기겠다. 언제 오라는 말은 하지 않을 테니 훈련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와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스승의 따뜻한 배려에 봉중근은 며칠 지나지 않아 계약서에 사인했다. 전년도와 동일한 4억5000만 원에 사인하고 곧바로 팀에 합류했다.


21일 애리조나 주 피닉스 공항에 도착한 봉중근은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양 감독이 직접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공항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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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감독은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게 많다. 먼저 기대보다 적은 연봉을 받아 의욕을 잃을 뻔했던 봉중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양 감독은 비슷한 연배의 고참 선수들이나 후배 선수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줬다.

그런데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이런 방식을 양 감독에게 가르친 사람은 20여 년 전 태평양 감독이던 김성근 감독(현 한화 감독·사진)이다.

당시 고참 투수이던 양 감독은 연봉 협상에 실패해 일본 전지훈련에 따라가지 못했다. 김 감독은 그때 한마디를 했다. “캠프에 천천히 와도 된다. 네가 원하는 대로 계약하고 와.”

구단에 섭섭했던 마음이 단숨에 풀렸던 양 감독은 이튿날 곧바로 계약했고 하루 만에 일본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김 감독은 “하루 만에 오면 어떡하냐”며 장난스럽게 꾸짖었다고 한다.

야구계에서는 김 감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현역 야구 감독 중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야구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는 김기태 KIA 감독 역시 김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 성근 감독이 쌍방울 지휘봉을 잡았을 때 김기태 감독은 팀의 주장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16일 일본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선수단을 향해 “짝다리 짚지 마라” “호주머니에 손 넣지 마라” “팔짱끼고 걷지 마라” 등의 이색적인 주문을 했다.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야 된다’는 김성근 감독의 지도철학을 김기태 감독 역시 공유하고 있다.

2012년 후반 넥센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도 지난해까지 야구 공부를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고양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전략과 분석은 김성근 감독님의 야구를 보면서 배운 것을 활용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과 김경문 NC 감독 역시 김성근 감독이 삼성 감독과 OB 감독일 때 선수로 뛰었다.

이 모든 후배 감독들의 목표는 ‘김성근 감독 뛰어넘기’다. 김 감독 야구의 좋은 부분을 배운 뒤 자신의 야구 색깔을 더해 더 나은 야구를 하고 싶어 한다.

역시 김 감독의 제자로 데이터 야구를 물려받았다고 평가받는 조범현 KT 감독은 KIA 감독이던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이 이끌던 SK를 물리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조 감독은 제10구단 KT의 새 사령탑으로 다시 김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만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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