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되겠다더니… 주눅 든 이승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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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땐 197cm 파워포워드 호령, 프로와선 키에서 밀려 자리 못잡아
“외곽포 장점 살리고 스피드 보완한 포지션 집중 뒤 골밑도 노려야”
라이온스 영입은 시너지 효과 기대

지난해 9월 17일 열린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의 주인공은 이승현(23·사진)이었다. 1순위로 오리온스의 품에 안긴 그는 “고려대 두목 호랑이가 아닌 프로농구의 두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보며 팬들은 2000년 최고 신인(1순위로 삼성 입단)이었던 이규섭(현 삼성 코치)을 떠올렸다. 고려대 출신인 이규섭은 프로 첫해 신인상과 우승반지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올 시즌 개막 후 오리온스가 8연승 돌풍을 일으켰을 때까지만 해도 이승현은 이규섭의 길을 가는 듯했다.

하지만 두목 호랑이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 시즌 현재 그의 성적은 평균 10득점에 5리바운드다. 들쑥날쑥한 경기력은 대학리그를 평정했던 그의 과거를 의심케 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승현의 부진을 ‘어정쩡한 포지션’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승현은 오리온스에서 외곽공격을 주로 하는 스몰포워드와 골밑 공격을 해야 하는 파워포워드를 오가고 있다. 대학 시절 그는 확실한 파워포워드였다. 큰 키(197cm)로 상대 수비를 윽박질렀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달랐다. 프로에서 파워포워드로 그의 키는 작은 편이다. 그렇다고 스몰포워드를 맡기에는 스피드가 부족했다.

오리온스는 이승현을 빼도 공격자원이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현주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같이 뛰는 외국인 선수의 상황에 따라 외곽이나 골밑으로 적절히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승현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공격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준일(23)이 최근 더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공격자원이 부족한 삼성은 그동안 ‘특급 신인’ 김준일과 리오 라이온스가 이끌다시피 했다.

김승현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승현은 충분히 득점력을 갖춘 선수다. 그동안 궂은일을 하느라 득점이 부진했을 뿐이다. 삼성에 있었다면 김준일 이상 해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에서 뛰던 라이온스가 오리온스로 이적한 것이 이승현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외곽과 골밑을 오가며 활약하는 라이온스는 패스도 뛰어나 이승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현이 프로에서 성공하려면 하나의 포지션에 특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비시즌 기간 부족한 점을 메워 우선 특정 포지션에서 강점을 만들어낸 뒤 나머지 포지션도 적절히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주엽 해설위원은 “스피드를 보완해 외곽 플레이를 강점으로 만든 뒤 골밑 몸싸움을 추가적인 무기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도 “장기적으로 골밑 활약도 가능한 스몰포워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모비스, SK 울리고 선두 탈환 ▼

한편 모비스는 22일 SK를 80-75로 꺾고 선두를 되찾았다. KT는 KCC를 85-74로 누르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관중과 충돌 논란을 일으켰던 KCC 하승진은 부러진 코뼈를 보호하는 마스크를 쓰고 복귀해 26분 57초간 뛰며 15득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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