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 6명이 뚝딱뚝딱 “희망 조립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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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엑스포 초청 받은 가구벤처 ‘움직임’ 대표 양재혁씨

올해 5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엑스포에 아시아 대표 가구디자인 업체로 초청받은 ‘움직임’의 양재혁 씨가 자신이 만든 북스택 옆에 섰다. 움직임 제공
올해 5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엑스포에 아시아 대표 가구디자인 업체로 초청받은 ‘움직임’의 양재혁 씨가 자신이 만든 북스택 옆에 섰다. 움직임 제공
편견을 깨고 이탈리아 가구디자인 업계에서 인정받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있다. 양재혁 씨(27·서울대 산업공학과 석사과정·사진)와 6명이 모인 ‘UMZIKIM(움직임)’ 멤버들이다. 이들은 올해 5월 밀라노에서 열리는 엑스포에 유일한 아시아 대륙 대표 가구디자인 업체로 초청받았다. ‘움직임’의 작품은 이탈리아관에 전시된다.

‘움직임’과 밀라노의 인연은 2011년 시작됐다. ‘움직임’의 최고경영자(CEO)인 양 씨는 그해 학교의 지원을 받아 한 달간 삼성디자인밀라노센터에서 연수할 기회를 얻었다.

“연수받으면서 휴대전화 같은 전자제품은 어렵겠지만 가구는 내 손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마음 맞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08학번 동기 5명을 모아 ‘움직임’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움직임’의 길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학교 안에 9.9m²(약 3평) 남짓한 공간을 얻어 작업을 시작했다. 디자인 교육이라고는 융합 전공에서 배운 서너 과목이 전부였다. 신용이 낮아 담보대출은 엄두도 못 냈다. 2013년 밀라노 가구전시회에 지원서를 내고 기다린 이들에게 전시 기획자 말바 그리핀의 초청장이 날아왔다.

가구전시회에 참가한 이들은 다른 디자이너들보다 훨씬 활동적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관심 보이는 사람에게만 설명해주는 다른 곳과 달리 앞장서서 관람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했다.

“독일 잡지에는 ‘관객을 선동한다’고 소개될 만큼 적극적으로 나섰죠.”

적극 나서기 시작하자 운도 따랐다. 밀라노에서 유명한 사진작가인 피에르 페라리와 그의 할아버지인 건축가 다리오 페라리가 밀라노 가구전시회 당시 머물렀던 숙소 옆집에 살고 있었다. 이들은 밀라노 업계에 인맥이 없는 ‘움직임’에게 큰 힘이 됐다.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한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디자인 매장 ‘ABC홈’에 진출했다.

‘움직임’의 철학은 단순하다. 가구를 쓰는 그 순간이 행복하면 삶도 행복해진다는 것. 번거롭게 책을 옮길 필요 없이 책을 꽂을 수 있는 북슬라이드와 북스택(책꽂이), 한 장씩 간편하게 명함을 꺼낼 수 있는 명함꽂이 등은 이런 생각에서 나왔다. ‘움직임’의 물건들은 다음 달 초순부터 대량생산돼 미국과 한국에서 팔려나갈 예정이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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