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비정규직으로 살았지만… ‘88세 송해’는 늘 봄날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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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30년 맡은 송해씨, 2월부터 투어콘서트

22일 오후 서울 국일관에서 만난 송해 씨는 청바지에 점퍼 차림으로 연신 ‘파이팅’을 외치며 특유의 함박웃음을 보였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2일 오후 서울 국일관에서 만난 송해 씨는 청바지에 점퍼 차림으로 연신 ‘파이팅’을 외치며 특유의 함박웃음을 보였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청년 송해.’

방송인 송해 씨(88)가 자신에게 붙이는 수식어다. 22일 오후 서울 국일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 수식어에 딱 어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구순을 앞둔 그는 2월 19, 21일과 3월 1일 서울과 부산, 경남 창원에서 ‘송해 빅쇼 시즌3-영원한 유랑청춘’(문의 1800-2575)을 연다.

“제가 실향민이기 때문에 광복 70년, 분단 70년인 올해의 의미가 깊습니다. 과거 70년을 돌아보면서 미래 30년을 얘기해 보자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획했어요.”

그는 “원로 연예인들이 공연을 하다 보면 솔직히 속된 말로 재탕이라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그런 소리가 안 나오도록 최대한 안 불렀던 노래, 새로운 코너로 구성했다”고 했다.

공연 1부에서는 광복부터 현재까지 70여 년을 반추하는 코미디 쇼와 함께 각 시대상을 담은 노래를 송 씨가 직접 부른다. 2부에서는 관객의 질문을 받아 즉석에서 답하는 뮤지컬 토크쇼를 연다.

“예를 들어 ‘귀국선’ 같은 노래는 광복 직후 세상을 다 얻은 기분으로 불렀던 노래거든요. 우리 역사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다시 들어보고 싶은 노래를 그때 분위기를 살려 제 이야기와 함께 선보이려고 합니다.”

올해는 그가 KBS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60년이 넘도록 국민적 사랑을 받는 방송인으로 살면서 장수 프로 MC를 줄곧 맡아온 그이지만 “지금까지 3년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 그는 “방송사 개편 때마다 피 말리는, 평생 비정규직 인생”이라고 했다.

“그렇게 방황하며 살아온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이 분명 관객들께 용기가 될 겁니다. ‘그래도 한 번 살아볼 만한 것이 인생’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들에게 젊은 세대들이 자랑스럽다, 집에 돌아가면 팍팍 후원해주시라는 얘기도 꼭 하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해 이민 111주년을 맞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콘서트에 참석했던 경험 때문이다.

“요즘 젊은 가수들 참 대단합니다. 관객 중엔 한국 이민 2, 3세도 있지만 상당수가 미국 본토 젊은이들이었어요. 저 모를까봐 벌벌 떨었는데 나가니까 (젊은 가수들 덕에) 저에게도 ‘오빠’ 하며 환호를 해주더라고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 씨는 패딩 점퍼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젊게 살려고 청바지를 입어봤다”는 그는 “요즘도 젊은 친구들이 알아보고 사진 찍자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행복하다. 그게 사람의 힘”이라고 했다.

“얼마 전 채널A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했더니 저보고 의사가 30년 넘어 한 140세까지는 살겠다고 그래요. 근데 그건 너무 지루하고, 그저 관객들 앞에서 내가 내 몸 추스를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무대에서 엎어질 때까지 제가 살아온 얘기를 털어놓으며 용기 드리는 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봄날은 늘 지금부터입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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