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범, 한반도에서 다시 포효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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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개체 수 늘리기 본격 나서

한국표범으로도 불리는 아무르표범은 현재 러시아 연해주 남서부에 30∼50마리만 남은 상태다.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을 ‘표범의 땅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한국표범 50마리를 추가로 도입해 복원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로슨·WWF-UK 제공
한국표범으로도 불리는 아무르표범은 현재 러시아 연해주 남서부에 30∼50마리만 남은 상태다.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을 ‘표범의 땅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한국표범 50마리를 추가로 도입해 복원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로슨·WWF-UK 제공
러시아 연해주 남서부의 인적이 드문 숲.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국경이 만나는 이곳 일대를 러시아 정부가 2012년 ‘표범의 땅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이 지역이 30∼50마리밖에 남지 않은 ‘아무르표범’의 유일한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아무르표범은 만주와 중국 동북부에 걸친 광대한 지역에 살았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당시 아무르표범의 주 무대가 한반도였던 만큼 아무르표범은 ‘한국표범’으로도 불린다”면서 “앞으로 아무르표범의 개체 수가 늘어나 두만강 하구까지 서식지가 확장되면 한반도에 한국표범이 다시 돌아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 러시아, ‘한국표범’ 50마리 도입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동쪽으로 200km 떨어진 라좁스키 자연보호구에 암컷 15마리를 포함해 한국표범 50마리를 추가로 도입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미국과 유럽 동물원에 있는 한국표범 암수 2쌍을 이곳으로 데려와 기르며 새끼를 낳게 한 뒤 새끼가 생후 1년이 되면 야생으로 돌려보내 개체 수를 늘려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위해 라좁스키 자연보호구에 바위와 쓰러진 나무 등 자연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린 번식장과 양육장, 방사장도 짓기로 했다. 한국표범 50마리를 늘리는 데는 1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 교수는 남한에 서식했던 표범 가죽에서 얻은 DNA와 아무르표범의 DNA를 비교해 유전적으로도 한국표범과 아무르표범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2012년 한국호랑이의 뼈에서 추출한 DNA로 한국호랑이와 아무르호랑이가 유전적으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춘 한국표범도 아무르표범과 한 핏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한국표범 서식지를 복원할 경우 비무장지대(DMZ)가 최적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호랑이의 경우 수컷은 약 1000km², 암컷은 약 400km²로 행동반경이 넓어 인간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구 밀도가 높은 남한에는 현실적으로 도입할 장소를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표범은 행동반경이 호랑이의 5분의 1 수준으로 좁은 편이다. 몸무게도 호랑이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DMZ에는 표범의 사냥감이 많아 야생동물이 적응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라면서 “인가(人家)와도 떨어져 있어 가축을 잡아먹는 등 피해를 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 상위 포식자는 생태계 ‘수호자’

먹이사슬에서 상위 포식자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는 세계 각국에서 꾸준히 진행돼 왔다. 멸종 위기에 처한 특정 종을 복원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위 포식자가 생태계를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회색늑대를 복원한 뒤 까치와 곰 등 다른 동물의 개체 수도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과포화상태인 사슴을 회색늑대가 먹어치우기 시작하면서 사슴의 먹이가 됐던 식물과 나무 열매가 많이 열렸고, 이에 따라 까치와 곰의 먹이도 증가하면서 이들의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는 포식자인 사자와 표범이 줄어드는 바람에 개코원숭이가 급증해 가축과 작물을 먹어치워 상당한 피해를 봤다.

유럽은 1920년대부터 갈색곰과 회색늑대 등 상위 포식자를 복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이 복원 프로젝트가 성공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실렸다. 노르웨이 핀란드 등 유럽 일대에는 갈색곰이 1만7000마리까지 늘었고 회색늑대 1만2000마리, 스라소니 9000마리, 울버린 1250마리 등 상위 포식자가 안정적으로 서식하는 환경이 정착됐다. 특히 이들은 처음 복원된 보호구역을 벗어나 차츰 인간 거주지까지 서식지를 넓혀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생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고 토종여우 복원을 시도한 이유도 생태계를 되살리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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