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OLED 패널로 승부수” 5년만에…이 남자 뚝심 빛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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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남이 간 길 가서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LG디스플레이는 2010년 추격 전략으로 소형 제품 개발을 건너뛰는 방법을 택했다. 소형 제품으로 기술을 검증한 후 대형 패널 개발로 나아가는 일반적인 방식을 버린 것이다. 당시 이런 방법을 선택한 LG디스플레이의 TV사업본부장이 지금의 한상범 최고경영자(CEO·사장·사진)다.》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가야 추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때만 해도 OLED 패널은 높은 제조원가 때문에 TV 같은 대형 디스플레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꼬박 2년 후인 2012년 12월 55인치 OLED TV 첫 양산에 성공지만 “한상범 사장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여전했다.

○ 라인 증설-OLED 사업부 신설

한 사장의 ‘뚝심’이 빛을 보고 있다. OLED TV 패널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22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OLED TV 패널 시장 규모는 14억3000만 달러(약 1조5444억 원)로 지난해(5억 달러)의 세 배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 117억 달러 규모의 OLED 패널 시장에서 TV용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 10%를 넘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2021년에는 TV용 OLED 패널 시장 규모가 70억 달러에 육박해 비중이 38%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6년 뒤에는 휴대전화용 패널(41%)과 비슷한 수준까지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OLED TV 패널 시장은 LG디스플레이의 독무대다. 대형 패널 생산에 필요한 기술들이 워낙 까다로워 아직 제대로 양산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보조금을 뿌려가며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에 혈안이 된 중국에서도 스카이워스, 콘카 등의 기업들이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수입해 사용한다.

한 사장은 취임 첫해 7000억 원을 투자해 8세대(2200×2500mm) 패널을 생산하는 M2라인을 증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아예 별도의 OLED 사업부도 신설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는 55, 65인치의 곡선형 초고화질(UHD) OLED와 77인치 가변형 OLED 패널 등 차세대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 LGD 독무대, 中-日 추격 나서


OLED TV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되자 일본과 중국도 추격에 나섰다. 소니, 파나소닉, 저팬디스플레이(JDI) 등 일본 제조사들이 만든 민관 합작기업 ‘J-OLED’가 이달 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J-OLED는 10인치대 크기의 중형 OLED 패널에서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TV용 대형 패널 생산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도 OLED TV 패널 시장에 진출했다. 상하이에 위치한 ‘에버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중저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지만 고급 제품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OLED TV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8세대 라인의 생산량을 월 8000장에서 3만4000장으로 4배 이상으로 늘리면서 경쟁사와의 ‘격차 벌리기’에 나선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달 12일 발생한 질소누출 사망사고를 빠르게 극복하고 다시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LG디스플레이#한상범#O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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