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않고 취집”…청년 니트족 56.2% “구직활동 포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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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전공한 손모 씨(31)는 2년 전 사립 영화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일정한 직업이 없다. 촬영을 주로 하는 손 씨는 선후배들로부터 영화제작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잠시 촬영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일이 없으면 그냥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하며 지낸다. 촬영이 끝나면 수고비로 돈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밥 한 번 사주고 끝나는 때도 많다. 손 씨는 “아직은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가질지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게 없다”고 말했다.

외국어를 전공하고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임모 씨(27·여)는 남자친구와의 결혼준비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취업을 준비했지만 잘 되지 않아 취업은 포기한 뒤 곧 해외 주재원으로 나갈 남자친구를 따라갈 생각이다. 임 씨는 “일종의 ‘취집(취업+시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정규교육을 받고 있지 않고, 노동시장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이른바 청년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국내에 163만여 명이며, 이 중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중이 절반(56.2%)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22일 발표한 ‘청년 니트족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학생이나 취업자에 속하지 않는 15~29세 청년의 수는 163만3000여 명이다. 전체 청년 생산가능인구 중 17.2%를 차지한다. 니트족은 2005년 191만8000여 명에서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이는 취업자가 늘어서가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전체 청년인구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니트족 중 56.2%는 적극적인 취업활동을 하지 않는 ‘비(非)구직 니트족’으로 집계됐다. 비구직 니트족 중에는 육아와 가사 때문에 구직을 하지 않는 사람도 포함되는데, 전체 니트족 중 19.3% 정도다. 이를 제외하면 전체 니트족 중 36.9%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독서 등 여가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니트족들이 취업에 실패하거나, 성공했어도 1년 이하 계약직이나 일시근로 등 ‘질 나쁜 일자리’를 경험하면서 구직을 포기하거나 취업에 대한 관심을 잃는 현상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24세까지는 남성의 니트족 비중(51.4%)이 여성(48.6%)보다 약간 높지만 25세가 넘어가면서 여성(56.2%)의 비중이 남성(43.8%)보다 크게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보고서는 “20대 후반 여성이 결혼 후 육아·가사 때문에 경력단절이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보고서는 “니트족의 세부 유형에 따른 맞춤형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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