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 30%, 통신장 등 ‘필수선원’ 안태운채 불법 운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12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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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원양어선 선사가 승무원 관련 규정을 위반한 채 조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베링해에서 침몰해 5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501오룡호의 ‘비극’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지방경찰청 수사2과는 국내 원양어선 54개 선사, 선박 311척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50개 선사, 선박 172척이 선박직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선사의 선주와 대표 등을 형사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 중에는 통신장을 태우지 않은 채 출항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통신장은 무선으로 선박·육지와 연락을 주고받는 역할을 맡는다. 200t 이상 선박은 이들을 반드시 태워야 하지만 선박 112척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 선사들은 선장 자격이 없는 직원에게 선장 역할을 맡기거나 직원들이 질병 등을 이유로 배에서 내렸을 때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조업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원양어선(500t)은 5급 항해사 자격을 가진 선장, 6급 항해사 자격의 1등 항해사, 5급 기관사 자격의 기관장, 3급 통신사 자격의 통신장 등 필수 선원이 승선해야 하지만 선장 없이 1등 항해사가 선장 역할을 대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원양어선 8척이 이런 방식으로 선장 없이 조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룡호 역시 최저 승무기준을 위반한 게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룡호는 3급 항해사가 선장 역할을 맡는 등 한국인 선원 11명 가운데 선장을 포함한 핵심 선원 4명의 자격증이 선박직원법에 정한 해당 직책 기준에 미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선사와 선주들은 경찰 조사에서 “해기사는 워낙 숫자가 부족한데다 임금이나 근무 여건이 좋은 상선 근무를 선호해 원양어선의 승무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습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에서 정한 승무 기준을 위반하면 최고 징역 1년 또는 벌금 500만 원에 처해질 수 있지만 선원을 태웠을 때의 인건비보다 싼 탓에 벌금형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필수 선원을 채우지 못하면 오룡호 같은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다. 처벌 수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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