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아닌 지속가능한 진로·인성교육 힘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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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뽑은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특징 보니

‘2014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 학교’에 선정된 학교들은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 사진은 울산 삼정초 학생들이 ‘효도’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부모님께 드릴 과일과 편지를 들고 있다. 아래 사진은 충남 장항중의 ‘푸른 바다 TED’ 행사에서 학생이 전자건반을 연주하고 있다. 삼정초·장항중 제공
‘2014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 학교’에 선정된 학교들은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 사진은 울산 삼정초 학생들이 ‘효도’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부모님께 드릴 과일과 편지를 들고 있다. 아래 사진은 충남 장항중의 ‘푸른 바다 TED’ 행사에서 학생이 전자건반을 연주하고 있다. 삼정초·장항중 제공
‘감사합니데이∼.’, ‘다 똑같데이∼.’

교육부가 15일 ‘2014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 학교’ 시상식을 열고 우수 사례를 발표했다.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교육과정이 우수한 100개교(초등학교 40곳, 중학교 30곳, 고등학교 30곳)가 우수 학교로 선정됐다. 이번 우수 학교의 공통적인 특징은 화려한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교실에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진로교육,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100개교 가운데에서도 특히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학교 3곳의 교육 프로그램을 들여다봤다.

○ 생활 속 인성교육, 울산 삼정초

울산 울주군 삼정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매달 하루를 ‘인성 덕목 데이(day)’로 정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5월의 경우 ‘효도’를 주제로 ‘감사합니데이’ 날을 정한 것. 학교는 이날 학생들에게 감과 사과를 나눠 준 뒤 이를 정성껏 포장하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도록 했다. 선물을 마련하고 편지를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효’를 생각하도록 한 것이다.

‘배려’를 주제로 한 달에는 다문화 친구들도 모두 똑같다는 의미를 담아 ‘다똑같데이’를 지정했다. 이날은 다문화센터 강사들이 학교에 찾아와 다양한 국가의 문화 체험교육을 했다.

삼정초는 ‘나눔’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기부 활동도 하고 있다. 교사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각 학급 대표와 동아리 대표로 구성된 학생자치회가 주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헌 티셔츠와 가방을 학교로 가져와 깨끗하게 세척한 다음 유네스코를 통해 아프리카에 보냈다. 티셔츠 300벌, 가방 240개가 모였다. 또 바자를 개최하고 수익금을 모아 아프리카 어린이 책 보내기 운동에 보탰다. 이 학교 정서영 교사는 “인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 성취감, 자신감 높여 주는 충남 장항중

충남 서천군 장항중학교는 전교생이 440여 명으로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학교다. 매주 수요일이면 학교는 시끌시끌해진다. 테드(TED·미국 비영리재단에서 운영하는 무료 강연회)를 본뜬 ‘푸른 바다 TED’가 열리기 때문. 강연자, 청중 모두 학생이다. 무대에 서려면 사전에 계획서를 들고 교사들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연구발표부터 춤과 노래까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보통 하루에 네 명이 무대에 서는데, 청중은 그날의 최고 강연자를 투표로 뽑는다. 최고 강연자들은 연말에 ‘왕 중 왕’전을 벌여 우승자를 가린다. 고미영 교장은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 보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항중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 주기 위해 내 고장 문화 교육을 강조한다. 수업시간에는 서천의 역사 인물과 문화재에 대해 배우고 주말에는 교사와 함께 수시로 현장 탐방을 한다. 학급마다 지역 위인을 한 명씩 선정해 집중 탐구하기도 한다. 고 교장은 “자존감은 나의 가정, 고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나아가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문화 교육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애향심과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율 동아리로 진로 준비, 경기 저동고

경기 고양시 저동고등학교는 동아리 활동을 강조한다. 활발한 동아리 활동이 학생들의 창의력, 인성 교육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수시모집이 늘어난 대학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이 학교는 81개의 동아리가 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취미에 따라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자율 동아리’ 개설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현재 자율 동아리만 63개가 개설돼 총 144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자사고를 능가하는 숫자다.

자율 동아리 학생들은 스스로 연간 활동 계획을 세우고 담당 교사도 섭외한다. 활동 일지는 한 달에 2회 홈페이지에 올린다. 자율 동아리에는 경제동아리, 심리학동아리 등 자신의 진학, 진로와 관계된 동아리가 많다. 최용선 교감은 “자율 동아리 학생들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회의하고 실험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올해는 더욱 활성화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일반고인데 외국어고 못지않게 제2외국어 교육에 힘쓰는 점도 독특하다.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아랍어 등 4개 언어를 선택해 배울 수 있다. 각 언어 원어민을 초청해 문화 체험활동도 하고 있다. 최 교감은 “외국어 선택 기회를 넓히면서 외국어계열의 진로 지도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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