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켜요 착한운전]소방차 사이렌 울리자 차량들 좌우로 좌~악… 새해 첫날 터널속 ‘모세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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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유강터널 2.87km 나들이車들… “화재 출동” 확성기 소리에 길 터줘
12km 거리 6분만에 도착해 진화… 누리꾼들 “시민들이 자랑스러워”



1일 오후 2시 37분경 경북 포항시 유강터널 안. 새해 첫날을 맞아 터널 안은 나들이 나온 차량으로 가득 찼다. 갑자기 터널 한쪽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화재 출동 중입니다. 좌우측으로 피해 주십시오!”라는 확성기 소리가 함께 들렸다. 그러자 터널 안의 차량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좌우 양측으로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자리를 양보한 뒤에는 움직이지 않고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다.

‘모세의 기적’은 2.87km에 이르는 터널 끝까지 이어졌다.

새해 첫날 경북 포항시 유강터널에서 운전자들이 긴급 출동 중인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도로 양측으로 차량을 붙여 길을 터주고 있다. 포항남부소방서 제공
새해 첫날 경북 포항시 유강터널에서 운전자들이 긴급 출동 중인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도로 양측으로 차량을 붙여 길을 터주고 있다. 포항남부소방서 제공
이날 포항 남부소방서 소방차 3대는 유강터널 근처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 중이었다. 당시 경주와 포항을 잇는 터널 안에는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차량이 꼬리를 문 채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소방대원들은 신속히 터널을 빠져나와 화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방서에서 화재 현장까지 거리는 12km에 이르지만 시민들의 협조로 단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지휘 차량을 운전한 장상욱 소방사(32)는 “휴일이어서 터널 안에 차가 상당히 밀리고 있었는데 적극적인 양보 덕에 지체 없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새해 첫 출동이었는데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화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번번이 불법 주정차 차량과 도심 정체 때문에 화재 진압이 늦어지기 일쑤인 현실을 감안하면 이날 시민들이 보여준 모습은 많은 국민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든 운전자는 소방차 등 긴급차량이 긴급 업무를 위해 사이렌을 켜고 달려오면 도로의 우측 차로로 피해 일시 정지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좌측 차로로 피해도 된다. 소방당국은 긴급차량 길 터주기 훈련과 단속 활동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이날 소방차에 적극적으로 길을 터준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21일 온라인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모세의 기적’을 보여준 시민들이 자랑스럽다” “앞으로 소방차가 나타나면 적극 양보하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소방차#사이렌#모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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