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세 없는 복지’에 우왕좌왕 稅政, 누가 책임질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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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새누리당이 어제 긴급 당정 협의를 열고 공제액 축소로 저출산과 고령화 대응에 어긋난다고 지적된 자녀 출생 및 노후연금에 대한 공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야당의 협조를 얻어 올해 연말정산(2014년도 귀속분)에 소급해서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여권의 지지 기반인 중산층을 포함한 적잖은 국민의 불만에 백기를 든 모습이다.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책 설계를 잘못해서 생긴 문제”라면서 “입법의 신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큰 교훈으로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말정산 파문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졸속으로 세금 문제를 주물러 왔음이 드러났다. 이제라도 바로잡는다니 다행이지만 세정(稅政)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우왕좌왕해 법과 재정의 안정성을 훼손한 데 대해서는 책임자 문책이 불가피하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적인 판단으로 간이세액 제도를 개정하고, 2013년 ‘증세는 없다’며 국민을 속인 채 사실상 증세를 강행한 공직자를 문책하는 것은 신상필벌의 원칙에 맞는다. 대선 때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도 예고됐던 혼선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잦은 세제 개편을 비판하면서 세제 개편의 3대 기본 원칙과 방향으로 성장잠재력 확충, 재분배 기능 강화, 저출산 고령화 대응을 제시했다. 이번 개편으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중상위 계층 이상부터 소득세를 누진적으로 더 거두게 된 것은 옳은 방향이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당하려면 증세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국민을 상대로 당당히 설득하고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노력 없이 ‘거위 털을 몰래 뽑듯’ 임기응변으로 세수만 늘리려는 관료주의적 대응이 혼선을 불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행 세법을 개정할 당시 245 대 6의 표결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동의해줬다. 세법 개정을 통해 종전보다 고소득층의 부담이 크게 늘고 일부 중산층도 어느 정도 부담은 늘어난다는 것을 새정치연합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주장해온 무상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정부의 세제 개편이 ‘서민 증세’(문희상 비대위원장)라고 딴소리를 하고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인세 인상론까지 들먹이는 것은 무책임한 정략이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으로 ‘증세 없는 무상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국민이 무상복지를 계속 요구하면서 세금은 안 내겠다고 하면 정부는 국채(國債)를 발행해 미래세대에 빚더미를 안길 수밖에 없다. 이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과 세금, 복지는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근본적인 세제 개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복지#증세#저출산#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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