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리타의 성장기, 배우 공효진의 성장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22일 06시 40분


‘리타’는 무식하고 천박한 20대 미용사가 지적이고 세련된 여성으로 성장하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리타(공효진 분·오른쪽)의 거친 말투를 참다못해 당장 나가라며 분노를 터뜨리는 프랭크 교수(황재헌 분). 사진제공|수현재컴퍼니
‘리타’는 무식하고 천박한 20대 미용사가 지적이고 세련된 여성으로 성장하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리타(공효진 분·오른쪽)의 거친 말투를 참다못해 당장 나가라며 분노를 터뜨리는 프랭크 교수(황재헌 분). 사진제공|수현재컴퍼니
■ 연극 ‘리타’

‘공블리’ 공효진, 첫 연극무대 도전 화제
속사포 같은 대사…TV 속 모습 그대로
변화하는 캐릭터 ‘일관된 말투’ 옥에 티

‘리타 길들이기(원제 Educating Rita)’로 익숙한 연극 ‘리타’. 왕년 최화정의 명연기를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최화정은 1991년 한국 초연 ‘리타’였고, 2008년에도 ‘리타’로 무대에 섰다.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리타’는 정말 스키니진처럼 그녀에게 딱 달라붙었다.

최화정으로부터 ‘리타’를 물려받은 두 명의 여배우는 공효진과 강혜정이다. 강혜정은 가끔씩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볼 수 있었지만 공효진은 처음이다. 그런 만큼 화제가 됐다. ‘공블리’를 몇 미터 앞에서 직접 볼 수 있다니!

‘리타’는 무식하고 천박한 20대 여성의 지적 성장기를 다룬 극이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한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시트콤처럼 툭툭 잘라 맛있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게 다라면 ‘리타’는 청소년 교육용 교보재 연극에 머물렀을 것이다.

짙은 색조화장에 싸구려 옷, 걸걸한 입, 통속 삼류소설에 감동받아 작가 이름을 가명으로 쓰는 리타(본명은 수잔이다)를 시종일관 무시하고 구박하는 프랭크 교수(황재헌 분)는 실은 알코올 중독자에다 문학적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1대1 수업이 진행되면서 리타는 점점 지적이고, 세련되고, 매력적인 여인으로 성장한다. 그녀의 소원인 ‘랄프 로렌이 잘 어울리는 지적이고 좋은 엄마’에 가까워져 간다. 반면 프랭크 교수는 추악하고, 자기비하적이고, 대인관계가 비틀린 본성이 하나씩 드러난다. 상향과 하향이 뚜렷한 두 사람의 그래프를 무대에서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능한 작가 윌리 러셀은 두 사람의 그래프가 아래 위로 맞닿는 지점에서 제대로 한 방을 터뜨려 관객의 상상을 저버리지 않는다.

공효진의 연기는 TV 속 모습 그대로를 옮겨 놓은 듯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다운 솜씨다. 특히 속사포 같은 대사를 퍼부으며 남자(프랭크)를 코너로 몰아붙이는 연기는 일품이다.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아무래도 무대연기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자잘한 실수가 눈에 띈다. 머리카락에 손이 너무 자주 가 살짝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대사를 하다 무심코 손으로 입을 가려 대사가 뚝 끊긴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무식한 ‘리타’에서 지적이고 세련된 ‘수잔’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잘 표현했지만 ‘일관된 말투’는 아쉬웠다. 어휘, 의상과 함께 말투도 서서히 변해가는 리타였다면 좀 더 설득력이 강했을 텐데.

결론적으로 말해 몇 가지 아쉬움을 뺀다면 ‘공블리’의 리타는 썩 괜찮았다. 공효진의 리타는 최화정의 ‘교과서 리타’와는 또 다른 그만의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대학로 DFC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 중. 2월1일이 마지막 공연이니 놓치고 싶지 않으면 서둘러야 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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