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건설사’ 5년 지나면 입찰제한 풀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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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설업 살리기’ 당근-채찍 병행
담합 부추긴 ‘1사 1공구제’ 폐지… 벌금은 최대 2억원으로 강화
업계 “현 입찰제한도 풀어줘야”

내년부터 건설사 입찰담합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입찰제한이 풀리고, 사례별로 입찰제한 범위나 기간도 달라진다. 담합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 ‘1사 1공구제’는 폐지하고 ‘종합심사낙찰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오전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건설산업 입찰담합 예방 및 시장 불확실성 완화방안’을 확정했다. 입찰담합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해외 수주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의 요구도 일정 부분 반영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입찰참가제한제도에 5년의 ‘공소시효(제척기간)’를 도입해 담합 발생 후 5년이 지나면 입찰제한을 풀어주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말 국가계약법 개정작업에 착수하면 이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그동안은 담합 적발 시 발주기관이 일률적으로 입찰제한 조치를 했지만 앞으로는 담합 판단 전담기구가 위법성 정도, 책임 경중 등을 고려해 제재 범위와 기간을 사안별로 판단할 계획이다. 공정위도 이미 인지한 입찰담합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하되 최대한 신속하게 조치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 공공공사에서 입찰담합으로 적발돼 제재를 받은 건설업체들이 해외건설 수주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입찰담합 관행을 막기 위한 예방책도 내놨다. 입찰담합에 관여한 건설사 임직원에 대한 처벌 수위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으로 높인다. 담합에 연루된 임직원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업별로 1개 공구만 수주할 수 있도록 해 담합을 유도한다고 지적됐던 1사 1공구제는 폐지된다. 출혈경쟁을 유도하는 최저가낙찰제도 종합심사낙찰제로 바꾼다. 가격뿐만 아니라 시공 실적, 기술자 경력 등 공사수행 능력과 고용·공정거래·건설안전 실적 등 사회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건설업계는 담합을 초래한 입찰제도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존 담합 사건에 대한 처리방안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조치들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2009년 ‘4대강 입찰’ 등에서 받은 1조 원대의 ‘과징금 폭탄’이나 ‘공공공사 입찰 제한’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무더기 입찰담합 사태의 해법으로 ‘그랜드 바겐’(일괄 처리)을 건의하고 있다. 그동안의 담합 사건을 일괄 처리해 과징금을 부과한 뒤 입찰 참가자격 제한은 사면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영국 공정거래청은 2009년 자국 내 건설업체들의 입찰담합 건을 일괄 조사해 119건의 담합 건에 대해 과징금을 한 번에 부과한 후 사건을 종결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당한 영업활동까지 담합 행위로 지적받지 않도록 담합 행위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현재의 입찰제한을 풀어줘야 해외수주 등에서 불이익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건설사#담합#입찰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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