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 많은 처칠이 끝내 히틀러를 이긴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1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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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24일은 윈스턴 처칠의 사망 50주기다. 이에 맞춰 지난해 12월부터 처칠에 대한 기사와 회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중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처칠의 전기 ‘처칠 인자(Churchill Factor)’를 직접 저술해 화제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서 기자로 일을 시작한 후 데일리텔레그래프를 거쳐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의 편집장으로 일했던 보리스 존슨은 2001년 보수당에 입당해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보수당 후보로 런던 시장에 출마한 그는 8년간 런던을 이끌었던 당시 시장 켄 리빙스톤을 물리치고 새로운 시장으로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경제 위기를 풀어가고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등 업적을 인정받아 2014년 런던 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존슨은 보수당에서 차기 총리감으로 눈여겨볼 만큼 보수당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보수당에서 정치 생활을 시작했지만 보수당에서 진보당으로, 다시 보수당으로 철새처럼 당적을 옮겼던 처칠의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그런 그가 처칠의 전기를 저술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존슨은 저서에서 “우리의 문명을 (나치와 히틀러로부터) 구했으며 이는 오직 처칠만이 해낼 수 있었던 일”이라고 단언한다. 정치색을 떠나 이 위대한 정치인이 사후 50년이 된 지금 잊혀지는 세태에 대해 존슨은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조사 결과 많은 젊은이들이 처칠을 ‘보험회사 광고에 나오는 개’ 라고 답했다(‘처칠’이라는 영국 보험회사의 마스코트가 불독이다. 이 불독은 회사 광고에 항상 등장한다). 존슨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처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 한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처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존슨이 꼽는 것은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는 용기’다. 처칠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지 않았다면, 1940년 수상으로 선출된 직후 히틀러와 평화 협정을 맺자는 영국 정치인들을 향해 전쟁을 하겠다는 주장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잇달아 히틀러에 무릎을 꿇었던 때였다. 물론 인간적으로 처칠은 결점도 많았다. 화려한 선동과 연설로 유명했던 히틀러에 비해 처칠의 연설은 재미가 없고 테크닉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말실수도 적지 않아 ‘인종차별주의자’, ‘이기주의자’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렇지만 그는 잘못을 인정하는 솔직함, 결심을 밀고 나가는 강인한 실천력, 무엇보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그를 위대한 정치인으로 만든 요인이었다.

‘처칠 인자’는 보리스 존슨이 윈스턴 처칠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전직 기자다운 유려한 글 솜씨와 유머감각은 ‘처칠 인자’를 앞선 전기들과 차별화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 책은 수개월 째 전기 부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재미있게도 독자들은 책의 주인공 ‘윈스턴 처칠’보다는 작가 ‘보리스 존슨’에 더 흥미를 보이는 듯하다. 독자들이 ‘독특하고,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전기’라며 존슨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가디언이나 인디펜던트 같은 영국 신문은 존슨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과 입지에 초점을 맞췄다. 보리스 존슨의 전기를 썼던 소니아 푸르넬은 “전기로서의 이 책은 잘 모르겠지만, 존슨의 커리어에는 도움이 될 책”이라고 평했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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