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메이커’ 국회부터 개혁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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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 과제’ 두번째 심포지엄
“일반인보다 정치권이 이념차 커… 사회갈등 못풀고 되레 증폭시켜”

한국 사회는 갈등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갈등 자체보다는 갈등을 풀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정치권의 이념 격차가 일반 국민 사이의 이념 격차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며 갈등을 풀기보다 키우는 국회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 채널A, 고려대가 2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공동 주최한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심포지엄에서 대법관 출신의 양창수 한양대 교수는 “법 해석으로 충분히 설득력 있게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이 너무 많이 법원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길성 고려대 교수도 “참으로 우려스러운 것은 크고 작은 정치적 쟁점에 대한 최종 판단을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같은 사법기관에 의탁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두 개의 거대 정당이 영남과 호남의 대립 외에 보수와 진보의 대립, 그리고 거기에 고령 세대와 젊은 세대 간 대립을 축적시키며 정파적 지지를 강화해왔다”며 “국회가 대립과 양극화의 정당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당의 진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선거제도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고성장 사회에서 저성장 사회로 진입하는 것과 관련해 “앞으로는 이념갈등보다 계층갈등과 세대갈등이 합쳐지는 양상이 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젊은층의 상당수는 20대뿐만 아니라 30대까지 비정규직으로 남게 되고, 고학력 노년층은 세계 복지국가 가운데 가장 가난한 위치에 서게 되는데 이 두 세대의 불만과 불안을 풀 제도나 정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잠재적 갈등 소지에 비해 갈등 해소 역량이 크게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혈연 학연 지연 등 연고주의적인 결집은 쉽지만 보편적 가치나 공공의 이해관계를 위한 모임 참여는 매우 취약하다. 결과적으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버넌스 형성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계층-세대갈등 심화 공존의 지혜 모아야”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갈등을 잘 관리해 물리적이고 획일적인 통합이 아닌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보다는 공존이란 말이 차이와 다름,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규범을 더욱 적절하게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정당 정치의 조정 역할 회복 외에도 정부의 투명성 강화, 공공 의사 결정 과정에의 시민 참여 확대, 검찰의 독립성 확보, 균형 잡힌 공론의 장으로서의 언론 기능 회복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심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과 20년 전만 해도 우리는 망국적인 지역갈등을 개탄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지역 간 정권교체, 다양한 지역개발과 발전전략을 통해 지역 간 대립을 적지 않게 완화시켰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훈 인촌기념회 이사장은 “어느 한쪽이 의견이 다른 쪽을 배척하는 일은 눈이 코를, 손이 발을 배척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인체에서는 이런 차이와 생각의 차이를 뇌가 잘 조화시키는데 우리 사회도 뇌 역할을 하는 리더십이 국민을 통합시켜 건강 공동체로 가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철 고려대 총장은 “공생과 공영을 위해선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 그리고 그 길을 열어주는 지도자들의 바람직한 역할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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