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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호텔 80% 국가소유…개혁 가로막는 사회주의 장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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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호텔 80% 국가소유…개혁 가로막는 사회주의 장막

신석호특파원 입력 2015-01-21 03:00수정 2015-01-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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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수교에 들뜬 쿠바 르포 <하>
라울의 자영업 확대 개혁정책에도 경제활동인구 90%가 공무원 신분
관광업, 카스트로 일가-군부가 장악
쿠바 개혁의 상징 농민시장 쿠바 경제 개혁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농민시장에서는 국영 협동농장이 정부 수매 때 팔고 남은 농산물을 주민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다(위쪽 사진). 주민들도 싱싱한 농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아바나의 한 허름한 아파트 앞뜰에서 아이들이 모여 숙제를 하고 있다(아래쪽 사진).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서민들의 생활은 빈곤하다. 아바나=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신석호 특파원
쿠바는 엄연한 사회주의 국가다. 침체된 사회주의 경제를 살릴 유일한 길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회주의의 그늘이 깊게 드리운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미국과 관계 정상화가 이뤄진 후에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선 모든 호텔, 식당의 80%가 국영이다. 경제활동인구 500만 명(총인구 1100만 명) 가운데 47만2000명 정도(지난해 8월 현재)만 민간 자영업 분야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무원이다. 1993년부터 자영업 허가를 꾸준히 늘려 오고 있다는데도 이 정도다.

1959년 혁명 이후 농업이 집단화되고 산업시설이 국유화되는 과정에서 쿠바의 자영업은 자본주의의 온상이라는 이유로 타도 대상이 됐다.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자영업 허가를 늘렸다 살 만해지면 줄이는 일을 반복했다. 2008년 2월 권좌를 물려받은 동생 라울 의장은 자영업 확대에 방점을 두는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2011년 6차 공산당대회에서 공무원 100만 명 퇴출 방침을 선언하면서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경제 부문 활성화에 박차를 가했다. 개혁의 핵심은 ‘종업원 고용 허가 제도’였다. 사회주의 쿠바에서는 국가가 아닌 개인이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다. 업주는 아내나 남편, 아들, 딸 등 가족과만 영업을 할 수 있었다. 2013년 12월 이를 과감하게 철폐해 지금은 종업원을 수십 명 고용한 ‘슈퍼 자영업자’들을 탄생시켰다. 현재 매달 8000명이 새로 자영업 등록을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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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 맥줏집에서 만난 매니저 마리엔도 “취업할 곳이 별로 없어 젊은이들은 자영업에 관심이 많다”며 “몇 년 뒤 친구들과 식당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식당 주인은 “자영업 규제 철폐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 사회주의 원칙을 벗어나는 조치라고 비판했지만 지금은 종업원도 ‘일을 잘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못하면 해고’라는 생각이 자연스러워졌다”면서 “식당 테이블을 최대 12개까지로 제한한 규제도 최근 풀렸다. 우리가 돈을 잘 벌면 결국 세금을 더 내게 되니 정부로서도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쿠바 정부는 2012년 8월 자영업 허용 업종을 201개로 늘렸다. 지난해 10월에는 그동안 정부가 운영해 온 식당 및 서비스 시설 1만3000여 개를 자영업자들에게 임대해 운영을 위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퇴출 공무원 13만여 명이 민간 자영업자로 새로운 직업을 찾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쿠바가 국제사회가 바라는 만큼 변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간경제 활성화를 통해 시민들을 ‘사회주의적 인간형’에서 ‘자본주의적 인간형’으로 탈바꿈시킨다고 하지만 여전히 경제의 핵심 부분은 정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나대 법대 출신 롤란도 소아리 통상전문 변호사는 “쿠바의 개혁 개방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민간과 공공부문의 자율권을 확대한다면서도 교육, 의료, 에너지, 토지 개발 등 핵심 부문은 여전히 국가가 관장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카스트로 형제는 개혁 개방의 결과로 벌어들인 달러로 국방비를 조달하고 운영권 등을 공산당에 충성하는 핵심 체제 유지 계층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공산당 독재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관광버스업만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현지에서 유럽, 캐나다, 중남미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을 부지런히 태워 나르는 관광버스는 국영회사 ‘가비오타’ 소속이다. 역시 국영회사인 ‘시멕스’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고급 식당과 백화점 운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두 회사의 지주회사인 ‘가에’는 군부 소속으로 이익금은 국방비로 쓰인다. 이 회사는 쿠바 관광 사업의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대표는 카스트로 일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가족에게서 달러 송금을 받는 쿠바인들이 이용하는 아바나 명품 외화 상점들도 모두 군부가 운영하는 국영회사다. 아디다스 매장에서는 남성 운동화 한 켤레가 50∼100태환페소(달러)에 팔려 미국과 큰 차가 없었다.

집, 의료, 교육이 무상이라고는 하지만 달러를 손에 넣을 수 없는 서민의 생활은 비참한 수준이다. 아바나 시내 대로변을 조금만 벗어나면 좁은 골목길에 스페인 식민지 시절 지어진 낡은 건물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 가는 쿠바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부의 월급(약 350페소·14.6달러)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불법으로 부업을 한다. 낮에는 국영기업에서 빈둥거리고 밤에는 달러벌이를 하는 ‘혼합경제’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쿠바 정부는 그동안 국영기업 분권화 및 구조조정, 외국인 투자 및 수출자유무역지구 확대, 농업협동조합 개혁, 시장 확대 등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실적은 저조하다. 예를 들어 외국 기업이 쿠바 현지 직원을 채용하려면 대외무역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보통 1, 2개월이 걸린다. 수입도 모두 정부가 맡는다. 50년 이상 지속된 사회주의 체제가 낳은 국영기업의 비효율과 부패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소아리 변호사는 “더 많은 개혁과 개방을 위해 공산당이 관료주의와 보수적인 생각을 어떻게 바꿀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후 쿠바는 과연 얼마나 변할 것인가. 미국 피츠버그대 카멜로 메사라고 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미국 최고의 쿠바 정치경제 권위자인 그는 “쿠바 스스로가 사회주의적 비효율성을 깨지 못한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나=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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