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새 앨범 한돌 “산신령 노래선물 받으려 산으로만 돌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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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돌타래 571 가면 갈수록’ 1월 말 선보이는 한돌

‘홀로 아리랑’의 가수 한돌은 “산에만 다녀서 김장훈, 이승철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좋은 목소리로 열심히 독도를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통일이 된다면 북쪽 땅 몇 바퀴 돌며 또 노래를 캐겠다”고 말했다. 죠이커뮤니케이션 제공
‘홀로 아리랑’의 가수 한돌은 “산에만 다녀서 김장훈, 이승철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좋은 목소리로 열심히 독도를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통일이 된다면 북쪽 땅 몇 바퀴 돌며 또 노래를 캐겠다”고 말했다. 죠이커뮤니케이션 제공
‘한돌타래 571 가면 갈수록.’

가수 한돌(62)이 이달 말 내는 새 앨범(사진) 제목이 암호 같다. 풀어보자. 6년 전에 낸 음반 제목 ‘한돌타래 566 그냥 가는 길’이 단서다. ‘한돌’은 가수 이름, ‘타래’는 ‘포크음악’을 대체해 가수가 직접 붙인 장르명이다. 566, 571은 한글이 창제된 지 각각 566년, 571년 되는 해에 제작한 앨범이란 뜻.

한글을 좋아해 노랫말에 외래어를 섞지 않고, 20대 때부터 방랑가객처럼 한없이 떠돌며 방구석 아닌 길 위에서 노래를 ‘캐내야’ 직성이 풀린다는 암호 같은 싱어송라이터, 한돌을 2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중앙로에서 만났다. 독도 노래 ‘홀로 아리랑’을 짓고 부른 한돌은 신형원의 ‘개똥벌레’ ‘터’ ‘유리벽’ ‘불씨’, 김광석의 ‘외사랑’, 한영애의 ‘여울목’ ‘조율’의 작곡자다.

그는 10곡이 담긴 신작에서 독도의 밤바다를 노래하고(‘별들의 춤’) 위안부 문제를 짚으며(‘도라지 꽃’) 분단의 아픔을 보듬고(‘가시담’) 카레이스키의 고난을 담은(‘까레이스키 살랏’) 노랫말에 동요나 민요처럼 질박한 특유의 가락들을 녹여 부었다.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그는 “산에 다니다 운 좋으면 지나가는(떠오르는) 노래를 정리하는 게 주된 일. 회사가 산인 셈”이라며 웃었다. 한돌은 1978년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구름바다를 바라보며 ‘터’를 완성한 뒤 산신령의 노래 선물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자꾸만 산행했다. 그러다 혼났다. “2000년 겨울, 백두산에서 실족했어요.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하산해 숙소 주인 할머니가 끓여준 곰탕 국물 위로 눈물 뚝뚝 떨어뜨렸죠. 노래가 안 나오는 건 내 맘이 마비돼서인데 산에만 의지해 노래를 찾은 제게 하늘이 벌을 내리는 것 같아서요. 할머니가 그러더군요. ‘국이 싱겁나, 왜 눈물을 떨어뜨리고 그래.’”

신작 제목 ‘가면 갈수록’은 “노래란 만들면 만들수록 어렵더라”는 고백이다. 신곡 중에 1970, 80년대 정부 심의로 누더기가 된 자신의 노래들에 늦은 용서를 구하는 ‘노래는 떠나가고’도 있다. “‘불씨’는 12·12 사태를 보고 민주의 불씨가 꺼져가는 게 안타까워 썼고, ‘유리벽’은 남북통일에 대한 바람을 담은 건데 가사가 수정되면서 둘 다 사랑노래로 전락했죠.” 그는 “지켜주지 못한 노래 앞에선 눈물 한 사발 흘려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다.

‘홀로 아리랑’은 한돌이 1989년 4월 태풍으로 뱃길이 끊겨 독도 안에서 식량도 없이 일주일을 버티다 만든 노래라고 했다. “배고프니까 갈매기가 낳아 놓은 알을 주워 먹었다 체했어요. 체기를 가시려고 손끝을 따는데, ‘아픈 건 배인데 왜 손끝을 딸까’ 하는 어릴 적 궁금증이 떠올랐죠. 마침 숙소 벽에 우리나라 지도가 붙어 있었어요. ‘허리 잘린 우리나라…. 아픈 허리 말고 독도에 침을 놓으면 허리 병이 낫겠구나!’” 노랫말은 자연스레 겨레의 노래 아리랑으로 연결됐다. ‘아리랑, 아리랑/홀로 아리랑!’

한돌은 40년간 단 6장의 정규앨범(신작 포함)을 냈고 단독 공연도 여섯 번밖에 안 했다고 했다. 1972년 서울 경복고 졸업 후 줄곧 우리 산하를 떠돌며 노래만 지으며 산 때문이다. 앞으로 콘서트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먼 꿈은 허황하되 아름답다. “노래로 인해 벽과 간격이 없어졌으면 해요. 그로 인해서 사람이 사람으로 되고, 산이 산이 되고, 강이 강이 됐으면 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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