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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선생님’ 수업 늘리고… ‘아빠 평가단’ 불시 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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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선생님’ 수업 늘리고… ‘아빠 평가단’ 불시 점검을

이세형기자 , 임현석 기자 입력 2015-01-21 03:00수정 2015-01-2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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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처음부터 다시]<하>어린이집을 ‘열린 공간’으로
“아이 부모, 지역 내 자원봉사자와 대학생 같은 외부 사람들이 자주 수업에 참여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죠.”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현영(가명·45) 씨는 미국의 3∼5세 아이들이 주로 가는 보육기관인 ‘프리스쿨’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이 씨는 정보기술(IT) 관련 글로벌 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8년간 미국 뉴욕 교외에서 살았다. 이 과정에서 첫째 딸을 미국 프리스쿨에 보낸 경험이 있다.

이 씨는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교육할 때 외부 사람들은 돌출 행동하는 아이를 달래고, 무거운 교재를 날라 주는 식으로 ‘조력자’ 역할을 했다”며 “지역사회 전체가 영유아 보육을 함께 고민하고 동시에 프리스쿨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부모와 사회봉사자 참여 수업 늘려야



많은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을 외부에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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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부모, 조부모, 자원봉사자 같은 외부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올 경우 아동학대는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1년에 한두 차례 이벤트성 행사로 열리는 ‘부모 학습 참여’를 상시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북유럽의 보육기관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개인 혹은 소그룹 학습 참여 활동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부모들이 혼자 혹은 친분이 있는 다른 부모들과 함께 원하는 날에 보육기관을 찾아가 ‘평상시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부모들은 이때 단순히 수업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아이들 밥 먹이기, 교재 만들기, 옷 입히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보육기관의 시설 수준을 비롯해 교사들의 교수법, 말투,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부모의 학습 참여가 활성화될수록 교사들로서는 평소에도 아이들을 더욱 신경 써서 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되는 것. 당연히 역량이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교사들이 발붙일 가능성도 낮아진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시적인 부모 학습 참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자연스러운 모니터링”이라며 “결과적으로 폭력이나 폭언을 비롯해 자질 낮은 교사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상시적인 부모 학습 참여 활동이 진행되기 어려운 어린이집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등이 앞장서 우선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 주는 것이 중요한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대거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활용도 효율적이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고,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욕구도 강하다”며 “이들 중 교육과 어린이에게 관심 있는 이들은 어린이집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어린이집 모니터링 활동’ 확대를

보건복지부는 16일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어린이집 평가인증 과정에 부모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평가인증 작업을 진행하는 한국보육진흥원은 부모들로 이뤄진 ‘평가단’을 구성한 뒤 이들을 현장 평가에 투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3년에 한 번 진행되는 평가인증 때 부모가 참여한다고 얼마나 큰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 보육업계에서조차 ‘일회성 평가’ 혹은 ‘보여 주기 식 평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부모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모 모니터링은 부모 평가위원과 지자체 담당자가 무작위로 해당 지자체에 있는 어린이집을 선정해 불시 점검을 하는 제도다. 주로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많은 어린이집들을 대상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

보육업계에서는 부모나 자원봉사자 참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닫힌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부모 모니터링 활동이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양천구 B어린이집 관계자는 “외부 사람들에게 꾸준히 노출되는 어린이집에서 폭력행위 등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며 “상대적으로 외부에 닫혀 있는 어린이집을 주로 모니터링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 ‘아이를 직접 기른다’는 인식도 필요

한편 이번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태를 계기로 부모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상보육=무조건 어린이집 보내기’란 공식을 버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0∼2세 영아들은 집에서 직접 부모가 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보육 선진국인 북유럽과 영미권에서도 0∼2세 영아는 부모가 직접 기르는 것이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장 적절한 것으로 검증된 상황이다. 석 교수는 “직접 아이를 돌볼 여건에 있는 부모들부터 ‘영아 때는 가정 양육을 하겠다’는 식의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임현석 기자
#어린이집#엄마 선생님#아빠 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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