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명예의전당 스타탐구] 불혹에 퍼펙트…전설의 빅유닛 랜디 존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21일 06시 40분


랜디 존슨.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랜디 존슨.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1. 랜디 존슨

메이저리그 선수는 두 가지 꿈을 지니고 있다. 현역 시절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하는 것과 은퇴 후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오르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전설들만이 오를 수 있는 명예의 전당. 올해는 랜디 존슨, 존 스몰츠, 페드로 마르티네스, 크레이그 비지오 등 4명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4명이 동시에 입회한 것은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스포츠동아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한 노력과 뛰어난 실력으로 올해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한 스타플레이어들의 발자취를 4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534표…입회 자격 첫 해, 97% 압도적 지지율
164km 강속구·140km후반대 슬라이더 압권
5번의 사이영상·2002년 트리플크라운 달성
양대 리그 노히트노런·역대 최다 탈삼진 2위


‘빅 유닛’이라는 닉네임으로 널리 알려진 랜디 존슨(51)은 2015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549표 중 534표를 얻어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입회 자격 첫 해에 무려 9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다. 존슨의 키는 6피트10인치(208cm). 그보다 1인치가 더 큰 존 라우치가 등장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최장신 선수로 유명했다. 1988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22년간 거둔 성적은 303승166패(방어율 3.29). 존슨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강속구다. 전성기 시절 최고 시속 102마일(164km)까지 기록한 불같은 강속구는 타자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슬라이더도 어지간한 투수의 직구 스피드와 맞먹는 시속 90마일대 초반(140km 후반)을 찍었다.

● 선배 라이언의 조언

메이저리그 역사상 개인통산 탈삼진 1위 기록은 놀란 라이언(67)의 5714개다. 존슨은 4875개로 라이언에 이어 역대 2위이자 좌완투수로는 역대 최다 탈삼진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1988년 몬트리올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존슨은 빅리그 초창기 때 들쭉날쭉한 컨트롤 때문에 애를 먹었다. 1989년 시애틀로 이적한 그는 1990년부터 3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볼넷 1위에 오를 정도로 제구가 엉망이었다. 그가 30번째 생일이 될 때까지 올린 승수는 64승에 불과했다.

1992년 시즌 도중 존슨은 라이언으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투구를 한 후 몸의 중심이 반대쪽으로 무너지는 것을 교정하자 컨트롤이 크게 향상됐다. 그해 9월 28일 존슨은 텍사스 레인저스전에 등판해 160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하며 삼진을 무려 18개나 잡아냈다. 맞대결을 펼친 상대 선발은 라이언이었다.

자신감이 붙은 존슨은 1993년 19승을 따내며 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1997년 마침내 20승 고지를 돌파한 그는 애리조나 디백스 시절이던 2001년에 21승, 2002년에는 24승을 따냈다. 특히 2002년에는 트리플 크라운(다승, 방어율, 탈삼진)까지 달성하며 4년 연속이자 개인통산 5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 양대 리그 노히트노런

양대 리그에서 모두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선수는 5명에 불과하다. 존슨은 매리너스 소속이던 1990년 6월 3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경기에서 볼넷 6개를 허용했지만 생애 첫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이어 그의 두 번째 노히트 경기이자 메이저리그 통산 17번째 퍼펙트게임은 14년 후에 나왔다. 디백스 유니폼을 입고 터너필드 마운드에 오른 존슨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삼진 13개를 곁들이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40세 7개월로 종전 사이 영(37세 1개월)이 보유하고 있던 최고령 퍼펙트게임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또한 역대 퍼펙트게임 중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경신해 기쁨이 배가됐다.

삼진과 관련해 그가 보유하고 있는 진기록 중의 하나는 구원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7월 21일 퀄컴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존슨이 출격했다. 전날 조명탑에 문제가 생겨 다음날로 연기된 게임에서 구원 투수로 나선 존슨은 7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6개나 잡아냈다.

● 생애 첫 우승

2001년 존슨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스프링캠프에서 야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3월 25일 애리조나주 투산 일렉트릭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대결에서 존슨은 7회 캘빈 머레이를 상대로 트레이드마크인 강력한 직구를 던졌다. 그 순간 날아가던 비둘기가 존슨의 공에 맞아 즉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라운드가 온통 비둘기 털로 뒤덮였다. 관중석이 술렁이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심판은 노플레이를 선언했다. 8월 24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는 ‘무결점 이닝’을 달성했다. 6회 수비에서 9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져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 메이저리그 역사상 30번째 무결점 이닝의 주인공이 됐다. 우완 강속구 투수 커트 실링과 함께 최고의 원투 펀치를 이룬 존슨은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혼자 3승을 책임지며 구단 창단 후 첫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6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후 바로 다음날 열린 7차전에서 월드시리즈 블론세이브 2개를 기록한 김병현 대신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구원승을 따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 올스타전 추억

존슨은 무려 10차례나 올스타에 뽑혔다. 지금도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는 명장면은 볼티모어에서 열린 1993년 올스타전이다. 아메리칸리그 소속으로 마운드에 오른 그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왼손 슬러거 존 크룩을 맞아 머리 위로 지나가는 불같은 강속구를 던졌다. 화들짝 놀란 크룩은 타석 가장 바깥쪽에 우두커니 서서 헛스윙 삼진을 당해 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1997년 올스타전에서도 존슨은 콜로라도 로키스의 좌타자 래리 워커의 등 뒤쪽으로 공을 던졌다. 가슴을 쓸어내린 워커는 헬멧을 거꾸로 쓴 채 오른쪽 타석으로 자리를 옮겨 타격에 임해 팬들의 미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처럼 축제의 장인 올스타전에서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센스를 지닌 선수가 바로 존슨이었다.

2010년 1월 6일 존슨은 22년간의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현역시절 큰 키와 험상궂게 생긴 외모, 불같은 강속구로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은퇴 후 최근에는 사진작가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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