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튼 감독의 신작 ‘빅아이즈’, 女화가의 유명한 실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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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화가다. ‘눈을 영혼의 창’이라고 믿는 그는 주로 크고 휑한 눈을 가진 아이를 그린다. 어린 딸을 데리고 첫 남편에게서 도망치듯 샌프란시스코로 건너온 여자는 곧 화가입네 하는 사기꾼과 재혼했다.

1950년대 말 갤러리의 벽은 높았다. 수완 좋은 여자의 남편은 갤러리 대신 유명인이 찾는 클럽 바에서 전시회를 열고 여자의 눈 큰 아이 그림(빅 아이즈)은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이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딸에게 조차 숨긴다.

28일 개봉하는 ‘빅 아이즈’는 화가 마거릿 킨과 남편 월터 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1960년대 월터 킨은 당시 아내의 작품을 자신의 것인 양 팔아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두 사람은 이혼하고 소송을 통해 그림의 진짜 주인을 밝혀낸다. 재판정에서 빅 아이즈 그림을 그려 내라는 판사의 지시에 1시간 만에 그림을 그려낸 마거릿과 달리 월터가 어깨 통증을 이유로 그리기를 거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영화의 감독은 팀 버턴이다. 마거릿 킨 작품의 애호가로도 유명한 팀 버튼은 “어릴 적부터 빅 아이즈의 큰 눈에 매료됐고 그 눈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팀 버턴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악몽’이나 ‘유령 신부’ 속 캐릭터, 영화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조니 뎁은 마거릿 킨의 그림처럼 크고 휑한 눈을 가졌다.

팀 버턴은 다소 무겁거나 신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고 코믹하게 매만졌다. 원색을 강조한 동화적인 색감과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팀 버턴 특유의 기괴함은 줄었다. 영화는 대신 마거릿의 진실 찾기와 함께 팝아트가 태동했던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남편 월터가 유명인과의 인맥, 언론을 통한 가십을 이용해 그림에 지명도를 입히며 가격을 올리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는 그림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빅 아이즈 포스터, 엽서 등을 내놓으며 미술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도 거둔다.

배우의 호연도 빛났다. 마거릿 킨 역을 맡아 섬세하고 불안한 여성 화가의 모습을 그려낸 에이미 애덤스는 지난해 ‘아메리칸 허슬’에 이어 2년 연속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2세 이상.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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