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한국인 ‘외로운 늑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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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늑대(lone wolf)는 오늘날 조직 밖에서 테러를 자행하는 개인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되지만 본래는 그렇지 않았다. 트로츠키의 별명이 ‘외로운 늑대’였다. 트로츠키는 레닌과 달리 어떤 조직도 손에 넣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조직의 힘을 빌려서 명령으로 사람을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오로지 말과 글로 설득하려 했다. 그 자신이 어떤 조직에도 복종하지 않다가 결국 스탈린이 보낸 자객의 도끼에 맞아 살해됐다.

▷외로운 늑대는 일견 모순적으로 들린다. 늑대는 보통 떼를 지어 다닌다. 늑대가 좋아하는 먹이는 대형 포유류인데 이것은 혼자 사냥하기 어렵다. 하지만 늑대는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자신의 무리를 만들기 위해 무리를 떠나야 한다. 늑대에게는 이때가 큰 시련기다. 이성의 늑대를 만나 새로운 무리를 형성하면 다행이지만 그런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외로운 늑대들이 모여 평균적 늑대들보다 더욱 공격적인 무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터키-시리아 접경도시 킬리스에서 실종된 18세 김모 군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다는 것이 확인되면 한국인 중에서는 자생적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된 최초의 외로운 늑대로 기록될 것이다. IS는 알카에다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세계 각지로부터 가담자를 모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IS에 가담한 외국인은 1만5000여 명이다. 중국인과 일본인도 각각 100명, 1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군은 교우 관계 때문에 중학교를 그만둔 뒤 혼자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가까이 있는 부모나 친구보다 비밀 SNS로 대화한 터키의 하산이란 친구가 더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였는지 모른다. 자신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이는 사회에서 홀로 인생의 의미를 암중모색하면서 뭔가 강렬한 것에 이끌렸을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IS의 영향력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악(絶對惡) 사우론의 자장처럼 멀리 극동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이 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한국인#외로운 늑대#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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