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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영식]대통령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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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영식]대통령 클럽

김영식 정치부 차장 입력 2015-01-20 03:00수정 2015-01-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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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정치부 차장
역사상 가장 배타적인 클럽이 있다. 회원 수가 최대 6명을 넘은 적이 없다. 가장 정치적인 인물들로 구성됐지만 정치에 관여하는 모임도 아니다. 회원들의 유대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그룹이다.

다름 아닌 미국의 ‘대통령 클럽’ 얘기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들의 모임을 뜻한다. 미국 대통령을 지내야 회원 자격이 주어지니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멤버십이라고 할 만하다.

회원이 1, 2명일 때도, 전직 대통령이 모두 사망했을 때도 있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16대 대통령이 됐을 때 숫자가 가장 많았다. 우연히도 전직 대통령 5명이 모두 재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재선을 못 했으니 대통령 직에서 벗어난 뒤 좀 더 오래 살았던 셈이다. 현대에 들어와선 빌 클린턴(42대·민주)이 대통령에 취임하던 1993년의 회원 수가 5명으로(클린턴 포함) 많아졌다. 미국 헌법이나 다른 문서에 규정된 모임은 아니지만 이들은 미국을 다른 형식으로 이끌고 발전시켜온 힘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이 클럽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낸시 깁스, 마이클 더피 공저 ‘대통령들의 클럽’)


현대적 의미에서 미국 대통령 클럽의 진정한 출발점이 화해에서 시작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해리 트루먼(33대·민주)은 대통령 시절 허버트 후버(31대·공화)의 경험을 활용해 제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한 유럽을 아사 위기에서 구했고, ‘후버 위원회’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등 주요 국가기관을 만드는 산파 역할을 했다. 공화당 출신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34대)는 민주당 대통령이던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을 훼손하지 않고 ‘페어 딜’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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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클럽이 성공적인 이유는 현직 대통령을 보호했고, 현직은 전직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선거 때면 공화, 민주로 갈라졌지만 선거 뒤엔 “우리 대통령”이라며 지원했다.

동아일보가 ‘임기만료 동시에 뒷방으로…액자에 갇힌 전직들’이라는 17일자 기사에서 소개했듯이 한국에도 4명의 전직 대통령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 클럽이라고 내세우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과오는 차치하더라도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미납 추징금 문제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랜 세력 다툼으로 불편한 관계다. 전직과의 접촉이 정치적 실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되풀이된 셈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들의 국정 경험은 북한, 외교, 경제 문제를 다룰 때 도움이 되는 국가 자산이다. 미국보단 민주주의 경험이 짧지만 우리도 전직 대통령의 새로운 상(像)을 만들어 국정 운영에 도움을 받을 때가 됐다. 전직의 과오를 품고 새로운 동력을 만드는 결정은 박 대통령의 몫일 것이다. 클린턴의 보좌관이던 존 포데스타가 “대통령 클럽은 자산”이라며 “이를 활용해 배치한 것은 전적으로 클린턴의 몫이었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아이젠하워는 대통령 직을 두고 “포연과 테러의 전쟁터에서 홀로 있는 것과 비교할 만하다”고 했다. 홀로 결정해야 하는 엄숙한 대통령 직이 얼마나 외로운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한 말일 것이다. 정치나 정책 분야의 도움이 아니라도 좋을 것 같다. 박 대통령도 중대 결정을 앞둔 시점엔 비서관에게만 의지하지 말고 ‘한국 대통령 클럽’ 회원에게 전화 한 통 걸어보시면 어떨까. 존 F 케네디(35대·민주)가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아이젠하워와 통화했고, 로널드 레이건(40대·공화)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서기장을 만나기 전 리처드 닉슨과의 대화로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김영식 정치부 차장 spear@donga.com


#대통령#클럽#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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