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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차례 폭행해도, 바늘로 발 찔러도 ‘집유’… 실형선고 4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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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차례 폭행해도, 바늘로 발 찔러도 ‘집유’… 실형선고 4건뿐

신나리기자 , 조건희기자 입력 2015-01-20 03:00수정 2015-01-2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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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폭행’ 판결 최근 3년 33건 분석… “솜방망이 처벌, 학대 불러”
재판부 “타당성 잃은 행위” 질타에도… 선고땐 “전과 없다” 집유-벌금형
엉덩이 시퍼렇게 멍들었는데도 “증거 부족” “아동 진술 오락가락” 무죄
‘영유아 대상 범죄’ 엄벌 목소리 높아
문제) 한 살배기 아이의 볼을 멍이 들도록 깨문 어린이집 원장에게 내려진 처벌로 다음 중 맞는 것은? ①징역 2년 ②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③벌금 300만 원

답은 ③번이다. 지난해 1월 서울남부지법이 서울 구로구 A어린이집에서 친구와 다퉜다는 이유로 차모 양(1)의 볼을 깨문 오모 원장(67·여)에게 내린 판결이다. 재판부는 오 원장에게 “사회 통념상 객관적인 타당성을 잃은 행위”라고 지적하고도 집행유예보다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했다.

동아일보가 19일 최근 3년간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33건의 판결문을 분석해보니 실형 선고는 단 4건(12.1%)에 불과했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한 13건(39.4%) 중에는 상습적으로 아동을 학대하고도 동종 전과가 없다는 등의 이유가 ‘참작’된 경우가 많다. 부산 해운대구 B어린이집 보육교사 유모 씨(28·여)는 아동 8명을 211차례나 폭행한 혐의(상습폭행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건 예사였고, 자는 아동을 이불채로 말아 굴리거나 양손을 발로 밟은 채 머리를 축구공처럼 발로 차서 깨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동종 전과가 없고 일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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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투정하는 한 살짜리 아이에게 빵을 먹였는데 뱉어내자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친 부산 수영구 C어린이집 원장 민모 씨(45·여)는 ‘수사과정에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순순히 제출했고,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1000만 원에 그쳤다.

무죄 4건(12.1%)의 판결 사유는 대체로 “제출된 증거만으로 학대라고 보기 어렵다”거나 “아동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신빙성이 낮다”는 것. 아동의 바지를 벗겨 엉덩이에 멍이 들도록 때린 울산의 한 보육교사는 “피해 아동을 때린 교구가 볼펜으로 추정되고 아동이 백혈병을 앓고 있어 쉽게 멍들 수 있다”며 무죄 선고를 받았다. 집행유예보다 약한 벌금형도 11건(33.3%)이나 됐다.

이런 판례를 감안할 때 구속된 양 씨의 처벌 수위도 그다지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양 씨에게 아동복지법상 학대 혐의를 적용하고 지난해 9월 시행된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가중 조항을 적용하면 최대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할 수 있지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이 감경 사유가 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작은 폭행에도 목숨을 잃을 만큼 연약한 점, 학대 사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해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검찰은 앞으로 경미한 아동학대 사건도 정식 재판에 회부하고 중대한 사건은 구속을 원칙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조건희 기자
#어린이집#폭행#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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