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해결 외면한채… 남의 과거사에 머리숙인 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스라엘 홀로코스트기념관 방문… 日총리로는 고이즈미 이후 9년만

올해 첫 해외 방문으로 중동 순방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1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기념관을 찾아가 “홀로코스트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아베 내각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 과거 일제가 저지른 과거사에는 눈감으면서 나치 독일의 전쟁범죄만 비판하는 것은 ‘이중 잣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이날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함께 기념관 내 ‘기억의 전당’에서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도했다. 야드 바셈 기념관은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역사적 사료와 피해자의 사진 및 글을 보관하고 있는 시설이다. 일본 총리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후 9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명록에 “아우슈비츠 해방 70년을 맞아 이런 비극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가진 연설에서 “특정 민족을 차별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인간을 어느 정도 잔학하게 하는가를 배웠다”며 “차별과 전쟁이 없는 세계, 인권이 지켜지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의 홀로코스트 방문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서 ‘아베 총리가 역사를 수정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주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그 후에도 일제 피해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의 역사 청산 요구는 계속 외면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홀로코스트에서 발신한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아베 총리는 앞서 17일 이집트, 18일 요르단에서 중동지역 안정화와 난민 대책 지원 명목으로 총 25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아베 정권이 자위대의 해외 활동반경 확대를 추진하기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 또한 일본이 출사표를 낸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거와 숙원인 유엔 안보리 상임위원회 진출을 위한 정지작업 성격도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이스라엘#홀로코스트기념관#아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