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엔 15만원… 2015년에는 54만원 토해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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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세금폭탄’ 연말정산 해보니
소득세 총액은 15만원 늘었지만 매달 세금 덜뗀데다 세액공제 겹쳐
세금 크게 증가한 것으로 느껴, 획일적 잣대로 결과 설명… 오해 키워
연봉 3000만원대 미혼 직장인… 소득세액 최대 17만원가량 늘수도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자들이 올해 연말정산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13월의 보너스’를 기대하다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낯선 상황을 준비 없이 맞았기 때문이다. 소득수준과 가구 상황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데도 정부가 정밀한 분석을 토대로 국민에게 안내하지 않고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만 급급해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동아일보가 세무법인에 의뢰해 4인 가구의 가장이면서 연봉 6000만 원인 A 씨의 사례를 토대로 시기별 세금 부담을 시뮬레이션 해 봤다. 그 결과 2013년에는 추가 납부액이 없었지만 지난해 연말정산 때 약 15만 원을 낸 데 이어 올해는 54만 원을 토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 씨의 연간 급여, 신용카드 사용액, 보험 지출액, 저축액 등이 3년간 같다고 가정해 분석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월급에서 빠지는 원천징수 세액을 줄이는 대신 환급액도 축소하는 쪽으로 간이세액표가 조정돼 추가 납부액이 처음으로 생겼다. 올해에는 소득공제 체계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부담이 급증했다.

연말정산 결과 A 씨가 최종 납부해야 하는 소득세는 2014년 총 281만 원에서 올해 296만 원으로 15만 원 늘지만 연말정산에 따른 추가 부담액은 39만 원이나 증가한다. 납세자로서는 원천징수 방식과 개정 세법이 동시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느끼게 돼 조세 반발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등의 세제 개편으로 연소득 5500만∼7000만 원 근로자의 연간 세 부담이 평균 2만∼3만 원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부양가족 수, 지출 형태, 공제 규모 등 개인별 여건에 따라 세금 납부액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도 기재부가 획일적인 잣대로 연말정산 결과를 설명해 대다수 납세자의 오해를 키운 것이다. 공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연봉 2360만∼3800만 원의 미혼 직장인의 경우 근로소득공제 축소로 납부 소득세액이 최대 17만 원가량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세법 개정 후 1년이 지나도록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자들을 이해시키는 홍보가 부족했고, 연말정산 불만이 제기되는 시점에 담뱃값을 올리는 등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해 납세자들의 반발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다자녀 공제, 개인연금 공제 등의 축소로 적잖은 중산층 이하 근로자의 실제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가 속출해 ‘고소득층 세금만 올렸다’는 정부 설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실제 연말정산 결과가 나오면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며 “맞벌이, 다자녀가구 등 다양한 사례별로 정교하게 계산해 세금이 크게 늘어난 이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제개혁 때 공제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의료비 공제나 부양가족 공제처럼 근로소득자가 일하는 과정에서 경비라고 인정할 수 있는 항목에 대해서는 감면 폭을 늘려주되 신용카드 공제처럼 과세 투명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한 제도를 줄이는 식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이상훈 기자
#유리지갑#연말정산#13월의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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