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조건부 유예’ 카드 다시 꺼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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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싱가포르 접촉서 美에 설명… 보즈워스 “민간차원서 유용한 논의”

북한이 미국 정부로부터 이미 거절당한 ‘핵실험 유예 vs 한미 군사훈련 잠정중단’ 카드를 다시 꺼냈다. 이 제안을 재고(再考)해 달라는 적극적인 요청인 셈이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19일(한국 시간) 싱가포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긴장 완화의 첫 번째 발걸음은 (한국과 미국의)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라고 주장했다. 18, 19일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과 만난 이 부상은 “한미 군사훈련이 한반도 긴장 상황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번 접촉에서 북한은 미국에 제안한 핵실험 유예안의 의도와 목적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미국 측 참석자들에게 제공했다고 이 부상은 덧붙였다.

보즈워스 전 대표는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분위기를 설명했으며 매우 유용한 논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북한의 의견을) 들으러 왔지, 미국 정부를 대표해 어떤 제안을 전달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접촉이 민간 차원임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도 12일 이번 접촉에 대해 “미국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민간 차원의 접촉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9일 ‘핵실험 vs 한미 훈련’ 맞교환을 제안했다가 미국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몇 시간 뒤인 10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제안이 오간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지난해 말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의제로 상정된 직후 “북핵 6자회담 공약은 무의미해졌다”며 대화 파기를 선언했던 북한의 기존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북핵 실험 자체가 유엔에서 불법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미국#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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