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숭호]자화자찬… 재탕… ‘빈수레’ 업무보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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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부처 성과 홍보에 급급… 병영사고-방산비리는 언급도 안해

조숭호·정치부
조숭호·정치부
대통령 업무 보고는 정부 각 부처가 1년에 단 한 번 하는 가장 큰 연례행사다. 부처의 1년 운영 방향을 결정짓는 자리인 만큼 중요성도 크다. 하지만 19일 진행된 외교안보 부처 업무 보고는 각 부처가 대통령에게 주요 업무 계획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였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다.

외교 통일 국방부와 보훈처가 함께한 이날 보고에서 1개 부처에 할당된 발표 시간은 15분 내외였다. 그나마 토론시간도 분(分) 단위로 정해진 사전 각본에 따라 진행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날 발표가 ‘통일 준비’라는 큰 주제에 맞춘 상태여서 각 부처가 준비하고 있는 다른 주요 사업은 언급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정작 메인 테마인 ‘통일 준비’에 대한 내용 역시 몇 개의 이벤트성 계획을 빼면 지난해와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식상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의제는 눈에 띄지 않았다. 관련된 각 부처의 보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재탕한 듯 대부분 비슷한 표현이었다.

업무 보고 장소를 지난해 국방부에서 청와대로 옮겼고, 업무 보고 기조를 ‘강력한 안보’에서 ‘통일 준비’로 바꾼 정도가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다. 외교안보 분야 업무 보고 기조가 1년 만에 180도 가까이 달라진 이유를 설명해 주는 부처도 없었다. 한 고위 공직자는 “이런 업무 보고를 하려고 한 달 넘도록 고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내용도 자화자찬만 넘쳐났다. 부족한 점, 실패한 정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열리지 못한 남북 고위급 회담(통일부), 한미 간 대북 제재 수위의 차이와 출구를 못 찾는 일본군 위안부 해법(외교부), 반복해서 발생하는 병영 사고와 방산 비리(국방부)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업무 보고를 녹화 방송해 오던 국민방송(KTV)은 이날 외교안보 부처 보고를 다루지 않았다. 장관들이 인터뷰와 기자회견으로 홍보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정부 정책 홍보를 전담하는 KTV마저도 민망해진 것일까. 통일 준비 대책은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이라는 조건이 작동해야 가능한 것이다. 이날 업무 보고에 나열된 각종 대책과 구상이 공허해 보이는 이유다.

조숭호기자 shcho@donga.com
#자화자찬#재탕#빈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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