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라고? 엔진음을 팝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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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업체들 소리마케팅
벨로스터, 주행모드별 사운드 시스템… 기분-상황따라 여섯가지로 음색 선택
마세라티, 전설의 바이올린소리 내… 프리우스, 보행자 근접통보 장치 부착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에는 엔진음을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 시스템이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에는 엔진음을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 시스템이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에는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 시스템이 있다. 운전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다이내믹, 스포티, 익스트림 등 3가지 주행 모드의 엔진음을 선택할 수 있다. 한 가지 모드의 엔진음을 선택한 뒤에 저·중·고의 음역대와 가속페달의 반응도에 따른 음색도 조정할 수 있다. 운전자는 직접 조합한 엔진음을 최대 6개까지 저장해 놓고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적용하면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인이 엔진음을 직접 세팅할 수 있는 이 기능은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의 사운드리서치랩이 제작한 것으로 소리도 개인별 취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소음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자동차의 소리를 디자인하고 개인화하는 데도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카 제작사들은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를 단순한 잡음이 아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독특한 개성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인 마세라티의 콰트로포르테 모델의 엔진음은 전설적인 바이올린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소리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세라티 제공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인 마세라티의 콰트로포르테 모델의 엔진음은 전설적인 바이올린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소리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세라티 제공
이탈리아의 자동차 업체인 마세라티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자사의 그란투리스모의 배기 사운드를 휴대전화 벨소리로 만들어 공개했다.

마세라티는 엔진 튜닝 전문가는 물론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들까지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배기음을 만든다. 저회전에서부터 고회전 영역에 이르기까지 영역마다 악보를 그려 가며 엔진음을 튜닝해 오케스트라에 비유될 정도다.

일본에서 진행된 ‘엔진음 쾌적화 프로젝트’ 실험에서 마세라티의 한 모델인 콰트로포르테와 바이올린 5대의 소리를 비교하는 실험이 진행된 적도 있다. 피실험자들은 이 차량의 엔진 소리가 전설의 명기인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가장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주행할 때 소음이 나지 않는 전기차는 의도적으로 소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운전자가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데다 보행자가 소리 없이 다가오는 차를 인지하는 데 시각만으로는 모자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자사의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에 일반 가솔린차의 엔진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근접 통보 장치를 부착했다. 이 장치는 보행자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의 접근을 알 수 있도록 일종의 주행 소음을 낸다. 스피커를 통해 출발 이후 일정 속도까지는 자동으로 모터 소리를 내기 때문에 보행자들은 차량의 접근을 알아차릴 수 있다. 자칫 전기차가 ‘조용한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제조업체들이 이런 기능을 개발한 것이다.

물론 세단형 차들은 여전히 소음을 줄이는 데 전력을 다한다. 바람을 가를 때 나는 풍절음, 아스팔트 도로 위를 타이어가 회전할 때 내는 노면 소음, 연료를 태우고 가스를 밀어 낼 때 나오는 배기 소음 등 크고 작은 소음을 없애기 위해 필사적이다. 도요타는 매년 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만 40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지난해 ‘정숙성’을 내걸고 출시한 아슬란 역시 소음을 잡는 데 공을 들였다. 소음(noise)과 진동(vibration), 요철을 지날 때 느끼는 충격(harshness)의 앞 글자를 딴 이른바 ‘NVH’를 줄이기 위해 타이어 휠 안쪽에 소음 차단 효과가 좋은 카펫과 비슷한 질감의 화학 소재를 덧댔다. 차량 내부에는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고주파를 흡수해 주는 고급 섬유를 쓰기도 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들이 이제 소리, 빛, 감촉까지 모든 요소를 품질과 차별화의 대상으로 삼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엔진음#소리마케팅#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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