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꼼수’… MSG 뺀 대신 ‘감칠맛’ HVP 넣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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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중 8개 제품서 첨가물 검출
식약처 “HVP에 포함된 MCPD… 과다 섭취땐 부작용 생길수도”

최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감칠맛을 내는 식품 첨가물인 MSG(L-글루타민산나트륨)를 뺀 이른바 ‘MSG 무첨가’ 식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MSG 대신 감칠맛을 내는 다른 성분을 넣은 것으로 밝혀져 이 물질의 안전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예정이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한국미래소비자포럼)는 시중에서 ‘판매 중인 MSG 무첨가 가공식품 12개를 한국식품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조사에서는 12개 중 8개 제품에 MSG처럼 감칠맛을 내는 HVP(식물성 단백질 가수분해물)가 들어간 사실이 밝혀졌다.

HVP는 콩이나 옥수수 등 식물성 단백질을 산으로 가수분해해 얻는 아미노산액으로, 규정상으로는 식품 첨가물이 아닌 식품의 원료 중 하나로 분류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HVP 안에 있는 MCPD(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라는 물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강복 식약처 식품기준과 연구관은 “MCPD는 과하게 섭취하면 생식기능 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현재 국내 허용 기준(1ppm)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연구소 실험에서는 MSG 무첨가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 제품 8개 중 5개에서도 HVP가 검출됐다.

문제는 가공식품 속의 MCPD가 실제로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다. 한 식품업체는 “HVP는 다른 제품에도 들어가는 것이고 특히 HVP 안에 들어가 있는 MCPD는 기준치보다 낮아 문제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소비자와함께의 조사 결과에는 가공식품에 들어가 있는 MCPD 함량이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소비자들은 MSG 무첨가 마케팅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와함께가 지난해 7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10명 중 7명 이상(75%)이 ‘MSG 무첨가 표시가 있는 제품에 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박병희 소비자와함께 대표는 “‘MSG 무첨가’를 강조한 제품은 감칠맛을 내는 성분을 넣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MSG#HVP#감칠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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